[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미국 최고의 정책수혜주로 언급된 테슬라가 최근 주가 급락세를 보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반(反)테슬라 집회가 열리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해진 것이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오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 확산이 불매운동의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에서의 전기차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수익 감소 우려까지 나오면서 테슬라 주가 반등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테슬라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수혜가 모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263.45달러를 기록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6일 288.53달러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내 가장 강력한 트럼프 정책 테마주로 불리던 위상이 무색해진 것이다.
테슬라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6주 동안 주가가 계속 상승해 지난해 12월17일에는 사상최고치인 479.8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머스크 CEO가 입각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규제완화 기대감이 쏠리며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7주동안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고점대비 45%나 급락했다.
가뜩이나 주가 급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주요 경영진도 보유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투심이 더욱 약해지고 있다. 지난 3일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이 3370만달러(약 488억원) 규모 테슬라 보유주식 11만2390주를 매각했다. 현재 정부효율부 수장이 된 머스크 CEO를 대신해 테슬라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덴홀름 의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적으로 테슬라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테슬라 불매운동도 테슬라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머스크 CEO가 지난달 23일 열린 독일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지지한 이후 독일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목표물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5일 독일연방자동차운송청의 집계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지난달 신규차량 등록대수가 1429대로 전년동기대비 76%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독일 전체 전기차 등록건수는 31% 늘어났다. 독일 내에서는 머스크 CEO의 극우정당 지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테슬라 차량 구매를 포기하거나 기존 소비자들도 차를 되파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25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발표한 집계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1월 유럽 내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45% 줄어든 9945대에 그쳤다. 해당 집계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과 스위스 등의 판매집계를 합친 것이다.
불매운동에 따른 판매감소를 넘어 반 머스크 시위대에 의한 차량파괴, 훼손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리틀턴의 테슬라 충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충전기 7대가 불탔다. 현지 경찰은 해당 사건을 방화로 인한 화재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같은 날 미국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에서는 테슬라 대리점 주차장에 주차됀 테슬라 브랜드 차량에 스프레이로 'X'표시와 '나치'라는 낙서를 한 혐의로 한 여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2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테슬라 대리점에서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테슬라 브랜드 차량 12대가 전소됐다. 프랑스 경찰은 머스크 반대 시위대의 방화로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테슬라 차량판매가 유럽지역에서 크게 줄어들자 테슬라 수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판매 감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길어질 경우, 기존 대형 자동차 업체들과 체결된 탄소배출권 계약 자체가 엎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익이 27억6000만달러(약 4조28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기간 기록한 순이익 71억달러의 39%에 달한다. 전기차 생산기업인 테슬라는 스텔란티스와 도요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과 탄소배출권 판매계약을 체결해 이들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해왔다.
현재 미국과 중국, 유럽 각국에서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량 생산업체에 차량판매량과 비례해 탄소배출권을 다른 업체에 판매할 수 있는 크레딧을 부여한다. 테슬라와 같은 친환경차량 생산업체들은 해당 크레딧을 탄소배출 한도를 넘어선 내연기관 차량 생산업체에 팔아 수익을 얻어왔다. 결국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감소가 장기화 될 경우, 차량 판매수익은 물론 탄소배출권 수익까지 이중으로 감소되는 구조다.
월가에서도 테슬라의 주가부진 상황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345달러에서 320달러로 낮췄다. 마크 델라니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추세와 유럽 판매 감소로 인해 테슬라의 납품 추정치가 낮아질 것"이라며 "테슬라가 단기적으로 어려운 펀더멘털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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