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발레 같이 춤추는 사람." 3D 모션 생성 웹사이트 '제나이모'에 접속해 이런 문구를 프롬프트에 써넣으니 화면 속 캐릭터가 양팔을 들고 빙글빙글 우아하게 돌았다. 다른 캐릭터는 상체를 곧게 편 뒤 한쪽 다리를 부드럽게 들어 올리며 발레의 기본 동작인 '애티튜드' 자세를 취했다. 제나이모를 개발한 이도희 아이리브 대표는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3초 만에 캐릭터의 움직임을 뽑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창업 3년차인 아이리브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자 글로벌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혁신상을 거머쥔 것은 물론, 아이리브 전시관에 닐 트레빗 엔비디아 부사장과 스티븐 바티체 MS 수석연구원 같은 빅테크 임원급 인사가 들렀다. 러브콜을 보내는 곳은 테크기업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 테크놀로지'에선 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가 아이리브와 함께 광고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 전시회에 방문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아이리브의 잠재력을 알아본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이리브가 글로벌 무대에서 입소문 난 이유는 속도와 품질을 모두 잡아서다. "하나의 동작을 애니메이터가 한땀한땀 그리는 데 보통 10시간이 걸립니다. 대신 제나이모를 이용하면 시간을 99%나 줄일 수 있죠. 품질 면에서도 수작업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모션데이터를 총 3만2000개, 시간으로 치면 74시간 정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모델은 1을 가르치면 2~3을 만들어 주거든요."
물론 3D 모션 구현을 위한 이 대표와 아이리브의 도전이 마냥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걷는 동작만 해도 수백개, 수천개다. 어린아이처럼 털레털레 걸을 수도 있고, 전사나 좀비의 걸음걸이 데이터도 필요했다"며 "양질의 데이터가 있어도 독자 모델을 설계하고 학습시키는 데 어마어마한 컴퓨팅 인프라가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바우처 사업과 AWS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아이리브는 모션에서 더 나아가 한 편의 애니메이션까지 생성하는 AI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아마추어도 쉽게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아이리브 스튜디오'라는 툴을 2027년 출시할 것"이라며 "애플 '비전 프로' 같은 공간컴퓨팅 기기가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다면 3D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치솟을 텐데, 전문 크리에이터만으론 이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봤다"고 밝혔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