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백화점 1층'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다.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부터 제품의 이미지가 담긴 큼지막한 화면이 빠르게 이어졌다. 마치 백화점 1층 한 가운데에서 브랜드 광고판을 보는 듯하다.
지난 5일 퇴근 후 쿠팡의 뷰티 전용 플랫폼 (알럭스·R LUX)를 열었다. 부서 회의내내 코 끝을 사로잡은 향기가 지워지지 않아서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다. 백화점까지 방문하기는 '귀차니즘'이 더 컸다. 무엇보다 저녁에 구매하면 다음날 아침부터 사용할 수 있는 로켓배송이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이끌었다.
쿠팡이 지난해 선보인 알럭스는 명품 브랜드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곳으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도 운영 중이다. 과거 쿠팡이 운영했던 '로켓럭셔리'의 리뉴얼 버전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샤넬'의 앰배서더인 배우 김고은을 발탁하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앱 구성부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반영했다. 온라인 명품 화장품 플랫폼은 취향을 찾으려는 발견형 소비자보다는 원하는 제품을 염두에 두고 유입된 목적형 소비자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한 화면에 많은 제품을 보여 주기보다는 상품별, 브랜드별로 제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 로켓럭셔리 시절에는 쿠팡 앱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고, 제품 배치도 일반 상품과 동일해 명품 제품을 소비한다는 만족감이 부족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뷰티 브랜드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결이 맞는지를 보고 제품을 판매하는데, 럭셔리 중심의 별도 앱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많은 판매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알럭스에는 총 33개의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입점했다. 에스티로더와 맥(MAC), 랑콤, 에스케이투(SK-II), 라부르켓과 향수 브랜드 중에선 조말론, 엑스니힐로, 메모, 돌체앤가바나 등이다. 프랑스 최고급 니치향수로 꼽히는 '엑스니힐로'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국내 총 판매업자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스아이빌리지)과 알럭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올해 출시한 '스파이키 뮤즈 오 드 퍼퓸'도 입점했다. 각 향수 브랜드마다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을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품(2㎖ 소용량 향수)'을 판매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온라인에서는 시향이 어려운 만큼 다양한 향을 경험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아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알럭스 서비스 중 가장 큰 만족을 느꼈던 부분은 '가격'과 '포장'이다. 알럭스는 명품 브랜드 본사나 국내 총 판매업자와 직접 계약으로 중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낮췄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품 제품을 오프라인보다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추가로 10% 캐시 적립 혜택도 적용돼 실제로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더 크다.
일례로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의 '인레 오 드 퍼퓸(30㎖)'은 공식 판매가격인 20만원보다 2만원 저렴한 18만원에 판매한다. 캐시 적립 혜택을 고려하면 약 16만2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면세점 판매 가격인 19만6560원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메모는 프랑스의 니치 향수로 국내 판매되는 행수 중에서 고가로 꼽힌다. 여행지의 향기, 문화적 배경, 자연에서 얻은 원료 등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알럭스 전용 '시그니처 패키지'도 고급스러웠다. 제품은 검은색 상자 안에 넣어져 밴드로 동봉돼 배송된다. 선물하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일괄 시그니처 패키지가 적용돼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박스가 꽤 단단해 재사용도 가능하다. 로켓배송 물류를 활용해 배송도 빠르다. 주문한 다음 날 아침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 매장에서 챙겨주는 샘플도 상자에 함께 담겨 오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적합하다.
아쉬운 점은 품절 상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에 구매하기 위해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오후에는 구매할 수 없었다. 초기 운영 단계이다보니 제품의 재고 수준을 어느 정도로 둬야하는지 파악하는 단계에 있는 듯 했다. 향후 쿠팡은 브랜드 입점을 가속화하며 사업 확대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는 10일 부터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신규 입점한다. 알럭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력을 확대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럭셔리 뷰티 시장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따르면 입점한 향수 브랜드들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15%대에 육박한다. 올해 초부터 2월까지 좁혀서 봐도 매출 신장률은 약 10%에 달한다. 무안 공항 참사 발생으로 국가 애도 기간이 지정되면서 연초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못했음에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대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스킨케어 브랜드와 색조 브랜드도 각각 5%, 5%대 신장률을 보이며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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