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은행권의 통신사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6일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다음 달 중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공고한 이후 약 1년 만의 시장 진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은행 내 전담조직을 설치해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2019년 4월부터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은 현재 43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60대 고객을 위한 시니어 요금제와 환경친화적 ESG 요금제 등으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의 경쟁으로 통신·금융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해 KB국민은행도 적극적인 고객 유지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뜰폰 사업은 당장 수익성이 높지 않다.
KB국민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KB리브모바일의 영업손실은 총 605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핵심 고객층인 2030세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비대면 개통 고객의 57%가 2030세대다. 시중은행의 2030세대 고객 비중은 35% 수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으로 젊은 고객층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을 통해 MZ세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알뜰폰은 60대 이상 고객에게도 매력적이다.
KB국민은행이 영업점에서 리브모바일 판매를 시작한 후 시니어 고객 유입이 증가했으며, 대면 개통 고객의 80%는 주거래 고객인 '스타클럽' 회원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 거래 실적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며, CU요금제, 밀리의서재 요금제 등 제휴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의 알뜰폰 사업 확장에는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은 47%이며, KB리브모바일과 에스원 등 대기업계열까지 합치면 51.8%에 달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현재 4~5%대 점유율을 가진 KB리브모바일과 신규 진입하는 우리WON모바일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입이 가계통신비 절감과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법·제도 정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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