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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스키 원정대 낳은 주세법…개정 나서야
    입력 2025.03.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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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시대착오적인 주세법’.

우리나라의 주세 체계와 문제를 다룬 [술술 새는 K-주세] 기획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댓글이다.

사회의 질서를 규정하는 제도나 법률 등은 제정된 순간부터 변화가 필연적이다. 세계의 변화에 따라 양태와 해석을 바꿔가며 시대에 맞춰 유연하게 재창조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세법을 보면 변화를 외면하는 걸 넘어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현행 주세법은 술의 출고가격을 과세 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50년 이상 채택하고 있다. 종가세 체계에선 출고가가 높은 술일수록 세 부담이 가중돼 판매가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특히 증류주에는 72%의 세율이 붙는다. 여기에 간접세인 교육세·부가세가 붙고 유통마진까지 더해지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10만원짜리 술이 20만원을 훌쩍 넘어 30만~40만원까지 뛰는 일도 허다하다.

높아진 출고가는 국내 주류산업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급화를 위해 좋은 재료를 사용해 생산단가가 높아지면 출고가 인상분이 그대로 세 부담에 반영돼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급화 노력이 오히려 판매에 방해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국가에서 고급술이 아닌 저가 술만 만들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경쟁력 있는 국가 대표 주류가 부족하다 보니 지난해 주류 무역적자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비싸진 판매가로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가 가격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에서 같은 제품을 두고도 한국에서만 유독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동기를 낳는다. 실제로 이런 세 부담 바깥에 있는 수입 주류는 최근 해외 여행객과 직구를 통해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온 술은 불법 재판매에 악용되며 국내 유통 질서를 왜곡하고, 식품안전검사의 사각지대에서 국민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종량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4개국이 채택한 국제 표준 과세체계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고가의 술은 세 부담이 줄며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후생이 개선되고, 재판매 등 불법 유통의 유인도 사라진다. 또한 종가세 체계에서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장애가 되던 세금 부담이 줄면서 질 높은 주류의 공급을 촉진하는 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종량세는 주류의 양과 함유된 알코올에 비례해 과세하는 것인 만큼 음주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교정적 과세의 취지에 더 부합하는 세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y Bergson)은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변화한다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며 성숙하다는 것은 자신의 창조를 끝없이 계속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고여만 있다면 존재 이유를 점차 상실해 가는 것이다. 주세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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