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2만원대 ‘알뜰폰’ 요금제가 1만원대로 내려갔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부담하는 망 사용 도매대가를 정부가 낮추면서 새로 출시된 요금제들은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 스마텔은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무제한이면서 5세대 이동통신(5G)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1만9800원에 출시했다. 다른 업체들도 같은 산정 방식을 적용해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1만원대 후반에 내놨다. 같은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 기존 알뜰폰 요금제가 2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30%가량의 할인 효과를 본 셈이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의 최고속도가 빨라진 점도 알뜰폰 업체의 요금 인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은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쓴 뒤에는 일정 속도 이하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LTE망 기준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의 속도는 기존 400Kpbs에서 1Mbps까지 늘었다. 1Mbps는 고화질 동영상 시청은 어렵지만, 저화질 영상 감상이나 모바일 메신저 채팅, 인터넷 이용에는 불편함이 없는 속도다.
알뜰폰 요금이 내려간 건 새로운 도매대가 산정 방식이 도입된 덕분이다. 기존에는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요금에서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뒤 산정하는 ‘소매가 할인 방식’만 적용됐다. 통신사가 정해놓은 요금에서 일부 비용을 깎는 방식인 만큼, 할인율이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추가한 ‘제공비용 기반 방식’은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업체에 회선을 빌려주는 비용만으로 도매대가를 산정한다. 실제 망 대여에 필요한 비용만을 정산하는 만큼 할인 폭은 더 커졌다. 새 산정방식의 도입으로 데이터 도매대가는 1메가바이트(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4% 낮아졌다.
알뜰폰 요금이 내려가면서 가입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회선 기준)는 약 953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약 5696만명)의 16.7%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 1월 알뜰폰 가입자 수는 885만명이었는데, 10개월여 만에 가입자 수가 70만명 늘었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 수는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수(1094만명)를 142만명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의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이 논의 중인 점이라는 게 변수로 꼽힌다. 모기업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특가 요금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던 이들 업체의 영업활동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를 앞둔 점도 알뜰폰 업체엔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휴대폰 구매 시 지급되는 보조금의 한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구매 경로와 상관없이 휴대폰 구입 비용은 비슷해졌다. 이에 알뜰폰 가입자들의 상당수가 요금을 줄이기 위해 휴대폰을 단말기 자급제로 직접 구매한 뒤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단통법 폐지 뒤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미끼로 가입자 유치전에 나선다면 알뜰폰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규모 알뜰폰 업체들은 휴대폰 구입 시 지원하는 보조금 동원 규모가 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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