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막걸리 열풍이 차갑게 식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홈술 수요가 쏠리면서 반등했던 탁주 시장은 엔더믹 전환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주요 탁주업체 실적도 곤두박질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2020년 이후 4년만에 또 적자 전환한 것이다. 막걸리 수요가 부진하면서 매출액이 줄어든 탓이다. 국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일년 전보다 2% 감소한 688억원이다.
국순당은 국내 막걸리 시장 정체로 2019년까지 영업적자를 이어가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실적이 크게 반등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기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 고급 탁주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더믹 전환 이후 상황이 반전했다. 홈술 문화가 주춤한데다 위스키와 하이볼로 눈을 돌리면서 탁주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여기에 주류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20년 6095억 원에서 2023년 5754억 원으로 줄었는데, 이 기간 보해양조 매출액은 5% 감소한 876억원, 배상면주가는 303억원으로 전년(305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내수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막걸리 업체들은 올해 해외 시장에 더욱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K-푸드 열풍으로 해외에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 긍정적인 요소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탁주 수출량은 2020년 1만2556t에서 2022년 1만5396t으로 증가했으나, 2023년 1만3982t으로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만4733t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이다. 국순당은 전체 막걸리 매출의 20%를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 제품인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3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국순당은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더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배상면주가는 ‘늘봄막걸리’ 3종, ‘심술’, ‘빙탄복’ 등을 미국 대형 주류 체인 와인앤모어에 입점시켰으며, 올해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미국 중부와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동부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평주조는 수출 전용 막걸리 ‘지평 프레시(JI PYEONG FRESH)’와 ‘지평 체스트넛(JI PYEONG CHESTNUT)’을 개발했다. 새 살균 공정을 적용해 소비기한을 연장했으며,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지평주조는 내년까지 해외 매출 5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과 리테일 채널을 통한 판매망 확장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소규모 전통주 제조업체에 대한 주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고, 지역특산주 원료 조달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전통주에 사용되는 상위 3개 원료를 100% 지역 농산물로 조달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일정 비율만 충족하면 되도록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다.
또한, K-푸드와 전통주를 결합해 해외 판로를 넓히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먹걸리 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해외 사업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해외 시장에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