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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위협하는 데킬라…88년 브랜드 국내 시장 '도전장'
    입력 2025.03.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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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데킬라가 위스키와는 차별화되는 아로마와 풍미 등을 앞세워 증류주 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가운데 아영FBC가 신규 데킬라 브랜드를 선보이며 국내 데킬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영FBC의 신규 데킬라 브랜드 '오초(Tequila Ocho)'
싱글 에스테이트 데킬라 '오초', 국내 출시

아영FBC는 11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데킬라 브랜드 '오초(Tequila Ocho)'를 국내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오초는 1937년 설립된 데킬라 브랜드로 '데킬라의 떼루아'를 강조하며 아가베의 순수한 맛과 토양의 개성을 전달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아 운영 중이다. 세계 최초로 싱글 에스테이트(Single Estate) 개념을 데킬라에 도입한 브랜드로 매년 특정한 단일 농장에서만 자란 아가베로 한정된 수량의 데킬라를 생산한다. 와인처럼 빈티지마다 농장과 기후의 차이를 반영해 와인처럼 매년 다른 개성을 지닌 데킬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국내 출시를 통해 선보이는 제품은 '플라타 티에라스 네그라스(Plata Tierras Negras)', '2024 레포사도 미란딜라스(Reposado Mirandillas)', '아녜호 산 헤로니모(Anejo San Jeronimo)' 등 3종이다. 플라타는 숙성을 거치지 않은 깔끔하고 신선한 풍미가 특징인 순수한 형태의 블랑코(Blanco) 데킬라다. 신선한 허브와 시트러스 노트가 어우러져 상쾌한 첫인상을 주며 입안에서는 은은한 화이트 페퍼의 매콤함과 함께 긴 여운이 남는다.

레포사도 미란딜라스는 8주 8일 동안 미국산 위스키 캐스크에서 숙성된 데킬라로 아가베의 신선한 특성과 숙성에서 비롯된 오크의 부드러운 터치가 조화를 이루는 제품이다. 잘 익은 과일과 은은한 바닐라, 버터스카치가 어우러진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해발 5200피트(약 1600m)의 고산지대인 미란딜라스에서 자란 아가베는 뛰어난 당도를 자랑하며 테킬라의 복합적인 향과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가장 상위 제품인 아녜호 산 헤로니모는 오초의 대표적인 숙성 테킬라로 최소 1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쳐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다. 다크 카카오, 커피, 사향, 건과일의 조화로운 풍미와 함께 길고 깊이 있는 후추의 여운이 특징이며, 가격은 20만원 중후반대다.

오초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제시 에스테스(Jesse Estes)가 11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초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제시 에스테스(Jesse Estes)는 "대부분의 데킬라는 여러 지역에서 수확한 아가베를 혼합해 일관된 맛을 유지하지만 오초는 할리스코 고지대의 에스테이트 필드에서 가장 완숙한 아가베만을 엄선해 수확하고 증류한다"며 "이는 각 토양과 기후가 주는 미세한 풍미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인데, 와인의 빈티지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테킬라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데킬라(Tequila)는 멕시코의 증류주 '메스칼(Mezcal)'의 일종으로, 메스칼은 다육식물인 용설란(아가베·Agave)을 증류해 만든다. 메스칼 중에서도 블루 아가베로 불리는 용설란을 재료로 할리스코주(州) 과달라하라 인근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을 데킬라라고 부른다. 데킬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두 달 이하로 숙성하는 경우 흰색을 뜻하는 '블랑코(Blanco)'라고 부르며, 주로 칵테일용으로 쓰인다. 오크통에서 1년 이하로 숙성한 것은 '레포사도(Reposado)', 3년 이하는 '아녜호(A?ejo)', 3년 이상은 엑스트라 아녜호라고 부른다.

위스키와 차별화되는 아로마와 풍미…싱글몰트 대안 되나

아영FBC가 신규 데킬라 브랜드 론칭에 나선 건 해당 주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이를 토대로 증류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류업계는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데킬라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돈 훌리오 1942'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데킬라 시장의 문을 열었고, 하이트진로의 '코모스', 국순당 '818 데킬라', 페르노리카코리아 '알토스' 그리고 '클라세 아줄'까지 모두 지난 1년 사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신규 데킬라 브랜드다.

국내 주류업계의 공격적인 데킬라 론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급 증류주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싱글몰트 위스키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데킬라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데킬라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이 수입을 결정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글로벌 주류통계기관 IWSR에 따르면 데킬라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업계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차별화되는 데킬라만의 캐릭터를 강점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는 보리 등을 주원료로 하는 곡주인 반면 데킬라는 아가베라는 식물을 원재료로 만드는 주종인 만큼 위스키와 확연히 다른 아로마와 풍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주류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주종이라는 점에서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데킬라 시장은 절대적인 규모 자체는 아직 크지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434t이던 국내 데킬라 수입량은 지난해 722t으로 3년 사이 66.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수입액은 253만달러(약 37억원)에서 646만달러(약 95억원)로 2.5배가량 늘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2020년 5829달러였던 t당 수입액은 지난해 8940달러로 53.3% 증가했다.

아영FBC는 오초가 떼루아와 빈티지 개념을 데킬라에 적용한 브랜드인 만큼 와인과 위스키 소비자 양쪽에 소구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관련 마케팅을 적극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주류 업체들의 적극적인 라인업 확장과 고급화 전략으로 프리미엄 데킬라 시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데킬라가 고급 주류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킬 아이템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요 바와 레스토랑을 타깃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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