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TV 시장에서 격돌한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AI TV 신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일 나란히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2025년형 AI TV 신제품의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
신제품은 신규 AI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환경을 분석해 필요한 행동을 추천하는 '홈 인사이트', 집안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해 실시간 알람을 제공하는 '홈 모니터링' 등이다.
또 TV 리모컨에는 '클릭 투 서치'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AI 버튼이 추가됐으며 이 버튼을 누르면 시청 중인 콘텐츠와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 음성을 실시간 번역하는 자막 기능도 탑재했다.
LG전자 역시 공감지능(AI)을 적용한 2025년형 AI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프리미엄 TV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18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LG전자도 신제품 리모컨에 AI 전용 버튼을 새로 만들었다. AI 버튼을 짧게 누르면 'AI 컨시어지' 모드로 진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하고, 길게 누르면 음성 인식이 활성화돼 'AI 서치', 'AI 챗봇', 'AI 맞춤 화면·사운드' 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최대 10명까지 목소리를 구분해 인식하는 '보이스 ID' 기능을 통해 계정을 전환하고, 개인별 최적화된 콘텐츠와 화질을 구현하다.
양사가 AI 기능 강화에 힘쓰는 것은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들이 보급형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한국 기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프리미엄 제품으로 AI 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을 기준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0.5%, LG전자는 30.6%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의 TV 주요 브랜드인 TCL은 1%, 하이센스는 0.5% 수준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도 한국 기업 점유율은 2021년 64.4%에서 2022년 70.2%, 2023년 78.3%, 2024년 80.1%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2023년 19.1%에서 2024년 31.1%로 12%포인트 증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중국 업체들은 패널 제조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시스템온칩(SoC), OS 기능에서는 격차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과 멕시코를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한 것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자칫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백 상무는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를 덜 부과받는 국가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적용된 TV가 진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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