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대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불발된 가운데, '실적 부진'과 '초격차'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수뇌부가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는 정기 주총을 열고 감사·영업·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주주들에게 보고하고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사내이사 및 감사위원회 의원 선임 안건 등을 회부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의 경우 수뇌부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주총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함께 실적이 쪼그라들고 주가 역시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놓고 주주들의 성토가 나온 바 있는데,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총 당시 한종의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향후 사업 계획을 밝히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주력인 반도체 사업 관련해서도 AI 반도체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달리, 대응이 늦었다는 질타도 있었다.
올해 역시 주요 전략 발표를 포함해 혁신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대책들이 거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트럼프발(發) 리스크'로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에 대응하고 초격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간 관료·금융 중심의 이사회의 진용을 새로 꾸린다.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회 내 반도체 전문가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이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반도체 전문가다.
또 삼성전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DS부문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메모리사업부장과 미래 혁신 기술을 연구하는 SAIT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송 사장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전문가로 2022년부터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사회 내 1명에 불과했던 반도체 전문가가 3명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반도체 사업 체질 개선 현황과 반도체 부진을 뒷받침할 AI 기반 신사업 발굴 및 추가적 M&A(인수합병) 발표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인공지능과 로봇, 메디텍, 공조 쪽은 꾸준히 M&A을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주총에 앞서 삼성전자는 통신문을 통해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 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을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에 대한 청사진을 주주들에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반도체 전문가를 대거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것은 초격차 전략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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