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양대 산맥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은 일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양새. 반면 이해진 네이버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선다.
미래 먹거리이자 경쟁력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두 창업자의 행보가 갈리면서 회사 내에서 역할론도 변화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사임함에 따라 카카오 CA협의체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의장 체제로 전환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카카오는 국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 빠른 의사 결정 및 실행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김 창업자가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 점도 고려됐다. 다만, 김 창업자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하면서 카카오의 장기적 비전을 그리면서 카카오의 성장을 후방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 신화' 김범수 퇴진…위기의 카카오, 쇄신 나서
1966년생인 김 창업자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입사해 정보기술(IT)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1999년 게임사 '한게임'을 창업해 다양한 히트작을 선보였다. 2001년에는 같은 삼성SDS 출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설립한 네이버컴과 회사를 합쳐 NHN을 설립했다.
이후 김 창업자는 2006년 카카오의 모태가 되는 스타트업 '아이위랩'을 창업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이 성공하면서 아이위랩이 지금의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4년에는 포털 기업 '다음'과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네이버와 함께 포털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중복 상장 논란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샀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김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구속기소 후 100일 만에 석방돼 불구속 사태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최근 암 진단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창업자가 건강상의 사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김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가 변화해야 하는 카카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의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빠른 의사결정을 토대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근 검색 시장 점유율이 2%대로 떨어져 마이크로소프트(MS) 빙에도 밀려 4위로 주저 앉았다.
또한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AI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초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당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오픈AI와 협력해 혁신적 고객경험을 제공함으로써 AI 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8년 만에 복귀…AI 혁신 이끈다
물러나는 김 창업자와 달리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오는 26일 열리는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 유력시된다.
1967년생인 이 창업자는 김 창업자와 같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같이 삼성SDS를 다녔다. 이 창업자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대외 활동을 많이 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적어 붙은 수식어다. 이 창업자는 지난 2017년 3월 "회사 사업에만 매진하겠다"며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다음해에는 19년 만에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난 바 있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에 매진해 오던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중국 딥시크로 촉발된 AI 사업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저비용·고성능 AI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세간에 충격을 안았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거대 자본을 소유한 빅 테크가 아니더라도 AI를 개발할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면서 AI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네이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PC에서 모바일로의 전환만큼 지금이 AI 전환의 큰 물결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AI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복귀하면서 네이버의 AI 경쟁력과 신사업 발굴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창업자는 PC에서 모바일로 인터넷·포털 사업이 변화할 때도 네이버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에 복귀하면 사내이사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이 창업자는 모바일 대변혁 등 막중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 때마다 역량을 발휘해 왔다.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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