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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형 AI 개발보다 'AI주권' 확립이 우선이다
    입력 2025.03.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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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AI 산업 진흥 방안이 발표됐다. 국가 AI 컴퓨팅센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8000장 확보를 지원하고,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연구비도 제공한다. 인재 육성과 원천기술 확보에 투입되는 자금은 1조원 정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산업화로 AI 세계 3강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대담하고 훌륭한 계획이다. 그런데 정말 이게 가능하기는 한가.

아쉽지만 'AI 선진국'이라는 목표의 실현은 당연하지 않다. 이미 개발된 수준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 규모는 물론이고 인적 역량도 비교가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약 730조원이다. 우리 정부가 만들겠다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조성 계획의 투자 규모는 2조원이다. GPU만 해도 미국에서는 메타 한 기업이 이미 35만 장을 가지고 있다.

투자 규모에서 미국이 압도적이라면 인적 자원은 중국을 따라갈 수 없다. 2017년 이후 중국에서는 535개의 대학에서 AI 학부 전공을 설치했고, 43개의 AI 전문학교와 연구소가 설립됐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대학에서 AI 관련 학과의 재학생 수만 약 4만 명이다. AI 연구자 수는 중국은 40만 명을 넘지만 우리는 2만 명이다.

AI 경쟁력은 GPU 숫자보다는 인력이 결정한다. LLM 개발을 위해 'AI 국가대표팀'을 꾸리겠다지만, 아예 선수가 부족하면 의미가 없다.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보다 해외 대형 정보기술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더 나서는 것도 현실을 고려한 선택일 것이다.

물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전쟁이다. AI 구축은 단순히 기술 경쟁 차원의 일이 아니다.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도 치명적이다.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AI 패권전쟁도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경쟁하는 구도로 급변하고 있다. AI 산업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차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전 정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목표는 현실과도 부합해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학교 현장에 투입된다고 하지만 정작 교실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해 학생용 단말기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AI 디지털교과서의 채택률은 전국적으로 32.4%에 지나지 않는다. 거창한 구호와 목표, 그리고 아쉬운 현실이 겉돌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 역량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기반 시설을 활용해 우리의 문화, 가치관, 사회 및 정치적 환경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AI를 말한다. LLM 개발은 쉽지 않지만, 선택된 특정 영역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특화한 AI의 개발은 우리도 가능할 것이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보호 정책의 방향부터 잡아야 한다. 흔히 ‘AI의 석유’라고 부르는 데이터의 확보와 원활한 활용은 AI 역량의 강화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 등의 규제로 데이터 확보에 대한 제약이 아직 상당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완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일명 ‘AI 기본법’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3년마다 AI 기술 및 산업 진흥,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규제를 줄이고, 세제 혜택을 주고, 대학이 인재를 많이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이것도 쉽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들이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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