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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막으려 홈플러스 회생신청"…대주주 책임론은 회피(종합)
    입력 2025.03.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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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경영진이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협력사 납품 대금과 매장 내 입주업체(테넌트) 정산금 등 상거래채권을 비롯한 모든 채권을 순차적으로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 사전에 회생을 준비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단기 유동성 악화에 따른 부도를 막기 위해 회생을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을 비롯한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김광일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사장 등 홈플러스 공동대표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거래채권 3400억 상환…잔여 지급도 문제없어"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협력사와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하고,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MBK의 부회장을 겸하는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 사장을 비롯한 회사 임원진 9명이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를 개시한 지 열흘 만에 공식적으로 입을 연 것이다.

회사를 대표해 회생절차 이후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입장 표명에 나선 조 사장은 유동성 문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영업활동과 현금유입, 채권 변제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사장은 "법원에서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덕분에 현재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날까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 상환을 마쳤고,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도 곧 지급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변제해야 할 상거래채권 규모는 4600억원 수준이다. 실제 이날 본지 취재진이 만난 일부 테넌트(입점 업체)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1월분 매출에 대한 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해 우려가 컸으나 이틀 전부터 변제가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사장은 "전날 기준 보유한 현금이 약 1600억원이고 영업을 통해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협력사와 임대 점주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거래채권은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 이후 1주일간 올린 매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고, 객수도 5% 신장했다. 또 전날 기준 하이퍼(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거래유지율은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몰 99.9%, 물류 100%, 도급사 100% 등 나머지 부분들도 회생절차 개시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조 사장은 "2022년 선보인 식품특화 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점포의 매출 증가와 온라인 부문의 성장, 멤버십 회원 수 1100만명 돌파 등 고객 기반이 크게 늘어나 실적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을 통한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 사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려워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두고 이를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 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회생 개시 이후 발생한 상거래 채권은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정상 지급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에 양보를 요청하는 부분은 회생 개시일 이전 발생한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이 역시도 추후 100% 변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광일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사장 등 홈플러스 공동대표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생절차 사전 준비는 사실무근"…대주주 책임론은 '거리두기'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주주인 MBK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인지하기 훨씬 전부터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처음 예비 통보받은 것은 지난달 25일 오후 4시였고, 다음날 재심사를 요구했다"며 "그럼에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삼일절 연휴 기간 경영진과 긴급히 논의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통회사는 부도가 나면 급격히 무너진다"며 "단기 운전자금 조달 등 유동성 위기로 홈플러스가 부도나기 전에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고 그 방법은 기업회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특약 때문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출금 중 850억원은 이미 상환했고 부동산 매각 계약 등에 따라 나머지 금액도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업 특성상 3개월 내 상환할 어음과 단기사채 등의 만기로 부도 우려가 생겨 회생 신청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3사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리파이낸싱 대출을 실행하면서 1조3000억원을 빌려줬다. 금리는 연 8% 수준으로 1년 내 2500억원, 2년 내 6000억원을 조기 상환하라는 특약을 걸었다.

김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홈플러스가 수익이 나지 않아서 MBK가 대주주로서 받은 배당은 없다"며 "투자한 우선주에서 나온 연 3% 정도의 배당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와 관련한 홈플러스 노동조합 측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이 자리에서 답하기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피해자 불신은 여전

홈플러스 경영진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상거래채권에 대한 변제를 약속했으나 노동조합과 기습적인 회생절차 돌입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앞서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날 기자회견장 앞에 모여 "홈플러스의 전단채 발행이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 인지한 상태에서 이뤄진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생절차 개시로 지급이 유예된 금융채권 대신 해당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우선 변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고 신용카드 회사의 채권을 증권사가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이 상거래채권인지 금융채권인지 회사 입장에서 판단할 수는 없고, 이 거래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법원에 정확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이듬해부터 다수 점포를 매각하고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수익 창출에 집중하면서 임대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경영이 악화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회생절차 계획을 이미 수립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세일즈앤리스백은 많은 유통사가 하는 방식이고, 홈플러스 일부 점포를 매각하고 재입점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운전자금 등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채권자와 채무자, 법원이 협력해서 이뤄진다"며 "MBK가 회생절차 이후 경영계획을 이미 수립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는 채권조사와 재산실태 및 기업가치 조사, 관계인 설명회 등을 거친 뒤 오는 6월3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기업회생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구조조정을 우려하면서 MBK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부회장은 "회생절차 개시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채권 변제를 우선으로 한다"면서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기존 진행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매각도 회생절차 개시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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