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경영위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경쟁업체인 이마트의 주가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력 약화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단기적으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간 주요 경합 매장에서의 고객 이동으로 이마트의 매출증대가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확장세가 더욱 심해지면서 대형마트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13일 8만3200원으로 연초 6만2100원 대비 약 34% 올랐다. 지난달 초까지 6만원대에 머물던 이마트 주가는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4일 전후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 7일에는 장중 8만79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마트 주가가 8만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남짓 만의 일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크게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이후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6곳이 이마트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이마트의 최대 라이벌로 불리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만큼 이마트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목표주가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키움증권이다. 기존 6만8000원에서 13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향 수정했다. 이마트의 주가가 지금보다 최소 5만원 가까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 주가는 2023년 4월 이후 줄곧 10만원대 아래에 머물고 있었다.
증권가에서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이마트의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분석하는 주된 이유는 한국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사가 경쟁 중인 과점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주요 경합지역에서 매장을 동시 출점해 경쟁을 이어온 관계라 이마트의 수혜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할인점)의 숫자는 이마트 132개, 홈플러스 126개, 롯데마트 111개 등의 순이다. 이마트 매장 중 홈플러스와 위치가 겹치는 경합 매장은 70개로 전체 매장 중 53%에 이른다. 홈플러스 매장들이 향후 정상영업이 어려워진다면, 기존 이용 고객들이 이마트 매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이마트는 최소 5%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홈플러스로의 납품이 중단될 상황에 처한 제조업체에 이마트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아직까지 정상영업 중이지만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대금지연 및 유동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6000억원 규모 단기금융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불안감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함께 신한·삼성·현대·하나·KB국민·BC·롯데·우리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도 홈플러스 상품권 구매와 충전에 대한 결제 승인을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주춤한 상황에서 이마트는 올해 신규점포 출점을 통한 외형확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개점했으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푸드마켓 고덕점, 트레이더스 구월점 등을 신규 개점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받는 홈플러스 사태의 반사이익은 단기적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시장점유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시장 매출비중은 온라인(50.6%), 백화점(17.4%), 편의점(17.3%), 대형마트(11.9%), 기업형슈퍼마켓(SSM·2.8%) 등 순서다. 이중 온라인은 전년대비 3.3%포인트, 백화점 1.4%포인트, 편의점 4.3%포인트, SSM도 4.6%포인트 등 매출비중이 늘어났다. 유일하게 대형마트만 1.6%포인트 감소했다.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이 단기적으로 나타난다해도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위축되는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다른 기업들도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유통시장의 무게중심으로 온라인으로 넘어갔고 매출비중도 유통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장악한만큼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비중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대형마트 업종의 근본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부담"이라며 "신규점포 출점은 물론 리뉴얼을 통한 차별화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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