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의 발길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거리와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 국경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올해 1월 한 달간 10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일본을 찾아 월간 방문 기록을 새로 썼다. 여행 수요에 맞춰 관련 여행상품과 항공노선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사상 첫 연간 1000만명 돌파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 방문객 수는 96만71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2.8%(11만61명) 늘어난 것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인원이다. 지난 1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97만291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명 중 1명(32.5%)은 일본을 목적지로 삼은 것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베트남(41만7116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10년 가까이 연간 200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일본 방문객은 2015년 400만명으로 훌쩍 뛰었고, 2018년에는 750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노재팬' 등 반일 감정이 겹치며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2022년 해외여행이 재개되며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역대 최대인 882만명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1월 방문객 수를 놓고 보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업계도 시장 대응을 위해 더욱 분주해졌다. 일본 여행 상품이 관광객이 붐비는 대도시에서 중소도시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투어는 후쿠오카와 유후인, 벳푸 등 국내에 잘 알려진 동쪽 중심의 규슈 여행 패턴에서 벗어나 서쪽의 지방 도시 이토시마, 나가사키, 구마모토를 연계한 상품을 선보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관광객이 적고 잘 알려지지 않아 일본 특유의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숨은 소도시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신규 소도시 여행지를 발굴하고, 소도시와 인기 대도시를 연계하는 등 상품을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도 최근 일본 재방문 고객을 겨냥해 알펜루트, 돗토리·오카야마, 시코쿠 등 소도시 상품을 대폭 늘렸다. 고급 온천 호텔에서 머물며 돗토리현의 상징인 다이센산의 벚꽃 명소와 돗토리사구, 우라도메해안, 아다치 미술관, 마츠에성 등을 방문하는 '모두시그니처 돗토리 온천 3일' 상품이 대표적이다.
노랑풍선도 최근 민속 무용인 '아와오도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도쿠시마, 다카마쓰 등 소도시 신규 상품을 출시했다.
관광을 넘어 문화·예술 체험으로 상품 테마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놀유니버스는 최근 오는 7월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영국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의 일본 순회공연 티켓 판매에 들어갔다. 해당 공연은 최근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이 예정돼 있어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높은 관심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여행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정교한 현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현지 거점 오피스 개설도 이어지고 있다. 노랑풍선은 지난 10일 국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오사카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현지 인접 네트워크를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의 여행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며"일본 내 호텔 및 교통 인프라 확보를 통해 여행객들이 더욱 편리하고 안정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랑풍선은 향후 일본 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거점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본여행에 대한 높아진 선호도는 2022년 말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이 재개된 가운데 엔저(円低)로 인해 여행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음식부터 쇼핑, 관광까지 다양한 여행 테마를 제공해 재방문객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여행지"라며 "작년 말부터 엔저 효과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단거리 여행지라는 점에서 대세에 지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들은 해외여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여행업협회(JAT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유효여권은 총 2164만권으로 집계됐다. 여권 보유율이 17.5% 수준으로 한국의 40%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엔화 약세로 인해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높아진데다 팬데믹 이후 국내 관광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일본의 여권 발급 비용이 한국의 3배 수준인 1만6000엔(약 16만원)으로 높다는 점도 해외여행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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