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제계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8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정안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6일만이다. 우리 헌법에 따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의결된 법률안을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단체들은 "자본시장 발전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문제소지가 있는 부분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상법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반드시 재의요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경제계는 이번 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안이 크게 5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사와 회사의 위임관계에 기반한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계는 물론이고 대다수 상법학자들도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도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개정 상법으로 인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우려도 크다고 했다. 현행법상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손해를 전제로 회사에 배상하나 주주보호의무 위반 관련 소송의 경우엔 주주손해를 전제로 주주에게 배상하는 것인 만큼 소송 제기 가능성이 주주대표소송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위헌소지도 크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총주주 이익' 등의 모호한 표현으로 특히 주주 간 이익충돌상황에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법률의 모호한 표현은 결국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투자자와의 분쟁과 소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는 주주보호의 의미를 이미 담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과 개별적 주주보호 수단이 마련돼 있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37조의 '과잉금지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헌법 제119조가 보장하는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조화' 원칙 역시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세계시장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정체되는 가운데,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는다는 점도 문제가 크다고 했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9%, 상장사의 86.5%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 이번 상법 개정안은 주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제한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성장생태계를 훼손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에 대해선,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일부 상장사는 주주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며 현재 안정적으로 동시 접속 가능한 전자주총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시스템 오류나 부정확한 주주자격 확인 및 대리투표, 해킹 등 보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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