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가 캐나다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저스틴 트뤼도 총리를 대체할 차기 지도자로 나서게 됐다. 그는 자유당을 이끌고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며, 최근까지 압승이 예상됐던 캐나다 보수당과의 경쟁이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10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차기 총리 지명자가 된 59세의 카니는 며칠 내로 공식적으로 캐나다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며, 즉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그는 보수당을 상대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을 기회로 삼아 빠르게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보수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였으나, 트럼프가 1월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캐나다를 대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며 캐나다 경제 모델을 위협했다. 이 모델은 수십 년간 캐나다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미국 시장에 대한 무관세 접근을 기반으로 한다.
또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캐나다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실제로 캐나다 경제를 파괴하고 주권을 포기하게 만들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니는 일요일 오타와에서 열린 자유당 행사에서 “미국은 우리의 자원, 물, 땅, 국가를 원한다. 하지만 미국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역에서도, 하키에서도, 캐나다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의 승리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그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자금 모금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고, 1월 중순 출마를 선언한 이후 자유당 지지층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번 경선은 1월, 트뤼도가 극심한 비인기 속에 사임을 발표한 직후 시작됐다.
자유당원들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 전문가이자 캐나다 및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니가 트럼프의 경제 위협 속에서도 캐나다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자유당 대표 출마를 결정하면서 브룩필드 자산운용 회장직을 포함한 주요 기업 직책들을 모두 사임했다.
자유당원인 패트리샤 제플린(온타리오주 윈저 출신)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우리 경제를 강화하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유당원인 닉 마샨토니오(오타와 출신)는 “카니는 과거처럼 미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던 시대를 끝내고, 트럼프와 맞서 국제적인 감각을 갖고 협상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니는 이번 경선에서 8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경쟁자 중에는 트뤼도의 전 재무장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프리랜드의 지난해 12월 전격 사임이 트뤼도의 정치적 몰락을 촉진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자유당은 지난 1년 반 동안 보수당에 20%p 가량 뒤처져 있었으며, 이는 트뤼도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생활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그의 정책 실패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대캐나다 강경 정책이 변수가 되면서 자유당이 다시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