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트럼프 정책의 역풍을 맞고 있다. S&P500은 지난달 19일 고점 이후 -8.6% 하락했다(동기간 나스닥 -13.4%, 3월 11일 기준). 미국 빅테크 주가가 크게 밀렸다. 미국 장기금리는 떨어졌다(미국 10년물, 4.2%).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 것이다.
계기가 있었다. 이달 7일 미국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미국 경제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디톡스(해독) 기간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올해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과연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야기시킬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위원회(DOGE)는 연방 공무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부분적이나, 고용시장은 식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 하락은 부의 역효과를 통해 민간소비에 부정적이다. 관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 그리고 제품 수입 계획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되고, 물가는 바램만큼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가는 안 떨어지고 성장은 둔화되는 환경에서 위험자산, 특히 주가는 좋지 않다. PER이 높은 성장주의 타격이 크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다소 지루한 필수소비(필립모리스, P&G, 코카콜라 등) 업종 주가가 강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가만 둘 가능성은 낮다.
우선, 일시적 성장률 둔화 또는 역성장 국면은 간혹 나타났다. 날씨나 재고 문제로 성장을 멈췄다가 다시 회복되었던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2022년 1Q, 2018년 4Q, 2015년 4Q, 2014 1Q 등). 미·중 관세 분쟁이 한창이었던 2018년 4분기 미국 실질 경제 성장률은 0.6% (전분기 연율)까지 떨어졌다.
2019년 미국 연준은 금리를 내렸고 주가가 20% 하락한 이후 미중 관세 분쟁도 멈추었다. 지금도 미국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고 경기가 흔들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정책 강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원론적으로 미국 빅테크 비즈니스는 경기 침체 위험에 민감하지 않다. 관세 위협과도 직접적인 상관은 적다. 막상 경기침체가 닥치게 되면 오히려 일반 경기 싸이클에 둔감하면서도 이익률이 높은 빅테크 기업들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 기술주들이 흔들리는 것일까?
경기 침체 보다는 다른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의 혁신과 기술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자가 없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막강한 대안이 생겼다. 절대강자의 신화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근거는 유가다. 국제 원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1월 중순 WTI 유가는 배럴 당 80달러였는데, 최근 66달러대로 하락했다. 유가 하락이 수요 둔화를 의미하다고 하나, 유가가 낮은데 침체가 되는 경우는 희박하다. 유가가 낮아지면 시차를 두고 구매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반기 미국 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 관세 정책은 너무 가깝고, 기대했던 감세와 규제완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너무 멀다. 영원할 것 같은 미국 빅테크의 대항마가 생겼다. 미국증시와 빅테크 주가에 모든 것을 다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빅테크로만 쏠렸던 흐름이 완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주가가 당장 하락하는 것은 부담이나, 빅테크만 수혜를 보는 것은 2026년 중간선거에 썩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기와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하반기 기회는 남아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과 빅테크에 대한 분산하고, 채권 등 변동성이 낮은 자산을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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