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김수현] 최근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도입을 준비하고 나서면서 기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민간 간편 결제 업체들의 서비스 영역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사전 신청자를 상대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한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제조·발행·유통하는 디지털화폐로 기존 법적 화폐의 형태만 변화한 것일 뿐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이용자들은 각 계좌에 입금된 현금을 디지털토큰 형태로 변환시켜 거의 모든 물품·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는 최대 10만명의 이용자들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BNK부산은행 등에서 준비한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은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QR코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며, 특성 서비스 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사용처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간편결제와 달리 판매대금을 현금처럼 즉시 취급할 수 있어 각 기업과 상점의 유동성 관리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만큼 전자지갑 발급 수수료가 없고, 간편결제 및 카드 결제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또 디지털화폐에는 '프로그래밍 기능'이 탑재됐기 때문에 해당 자금의 사용처와 사용 시점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바우처와 각종 보조금 등에도 폭 넓게 적용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CBDC의 위치가 단순히 화폐를 디지털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국의 경제 패권 및 안보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민간 간편결제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묶인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를 벗어나고 위안화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디지털화폐 도입에 힘써왔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후 여러 경제 제재가 이어지자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 화폐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CBDC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다종의 디지털자산을 이용한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중국의 예를 들며 간편결제 업계의 시장 지배력이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지만, 민간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반 시민들은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경우 자금 흐름을 중앙 정부가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내 QR코드 거래금액은 15조5900억위안(약 2952조원)으로 이중 알리페이는 55%, 위챗페이는 38%가량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내 QR결제 사용자가 10억명 이상인데 이 중 90% 가까운 사용자들이 중국 당국 정책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이 디지털화폐에 대처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화폐 도입이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해당 체제로 편입해 기존 간편결제와 차별화되는 사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