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
5
0
오피니언
빌런들은 어린 시절 모두 불행했을까[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5.01.16 00:15
    0

블록으로 만든 DC의 배트맨(왼쪽)과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언스플래시 제공
블록으로 만든 DC의 배트맨(왼쪽)과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언스플래시 제공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는 미국 만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힙니다. 우리에게는 어벤저스 시리즈(마블), 저스티스 리그(DC)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벤저스에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이, 저스티스 리그에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이 등장합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이들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웅·반영웅(빌런)의 캐릭터와 이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캐나다 캘거리대 간호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응용과학부 공동 연구팀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정적 경험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서 영웅이 될지, 악당이 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1월 16일자에 실렸습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ACEs)은 0~18세 아동·청소년기에 학대, 방임, 가족 간 폭력, 가족의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트라우마를 말합니다. 심리학자나 정신의학 임상의들이 내담자의 잠재적 트라우마 사건을 집계하기 위해 ACEs 조사를 하곤 합니다. ACEs 점수가 높을수록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냈으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면 영웅이든 빌런이든 불우한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관람하기 때문에 이런 묘사가 사람들이 ACEs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연구팀은 봤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33편의 마블과 DC 영화를 시청한 뒤, 남녀 캐릭터 28명의 어린 시절 묘사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겼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배트맨, 스파이더맨, 블랙 위도, 원더우먼 같은 캐릭터가 포함됐습니다.

분석 결과 ACEs 점수와 캐릭터의 영웅이나 빌런 여부는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성 캐릭터, 여성 캐릭터 상관없이 다양한 ACEs 점수를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들은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이 커서 어떤 캐릭터로 성장하는지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는 마블과 DC 모두에서 공통적이었습니다. 현실에서 범죄자를 묘사할 때 어린 시절이 불우했음을 강조하는 것은 선입견을 심어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줄리아 위그모어 캘거리대 교수(간호학)는 “이번 연구로 어린 시절의 경험, 성별, 주변 상황이 어떤 어른이 되게 하는가에는 큰 상관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어린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삶에서 회복력을 발휘하는 슈퍼 히어로에게서 영감을 받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이
    #빌런
    #시절
    #어린
    #언스
    #과학
    #전문기
    #마블
    #시저
    #캐릭터
포인트 뉴스 모아보기
트렌드 뉴스 모아보기
이 기사, 어떠셨나요?
  • 기뻐요
  • 기뻐요
  • 0
  • 응원해요
  • 응원해요
  • 0
  • 실망이에요
  • 실망이에요
  • 0
  • 슬퍼요
  • 슬퍼요
  • 0
댓글
정보작성하신 댓글이 타인의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등에 해당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피니언 주요뉴스
  • 1
  • [부고] 금도수(대원제약 이사)씨 모친상
    중앙이코노미뉴스
    0
  • [부고] 금도수(대원제약 이사)씨 모친상
  • 2
  • 거대 육식 상어 메갈로돈이 멸종한 이유, 알고 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서울신문
    0
  • 거대 육식 상어 메갈로돈이 멸종한 이유, 알고 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 3
  • 잘릴 것인가, 잘 쓸 것인가… ‘AI 일머리’에 달린 일자리[비하人드 AI]
    서울신문
    0
  • 잘릴 것인가, 잘 쓸 것인가… ‘AI 일머리’에 달린 일자리[비하人드 AI]
  • 4
  • ‘돌봄SOS’ 서비스별 상한 기준 없애고, 타지 사는 서울 직장인도 ‘키즈카페’ 이용
    서울신문
    0
  • ‘돌봄SOS’ 서비스별 상한 기준 없애고, 타지 사는 서울 직장인도 ‘키즈카페’ 이용
  • 5
  • [인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중앙이코노미뉴스
    0
  • [인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
  • 6
  •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서울신문
    0
  • “中企 처우 개선하고 대기업 과실 나눠야… 직무형 임금제 검토”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 7
  • 천생, 기업의 도시 부산… 시장도 일선 공무원도 규제 혁신에 밤낮 없다
    서울신문
    0
  • 천생, 기업의 도시 부산… 시장도 일선 공무원도 규제 혁신에 밤낮 없다
  • 8
  • [부고] 김세연(톱데일리 대표이사)씨 부친상
    중앙이코노미뉴스
    0
  • [부고] 김세연(톱데일리 대표이사)씨 부친상
  • 9
  • 진 해크먼 부부 사망원인은 한국산 바이러스 [월드핫피플]
    서울신문
    0
  • 진 해크먼 부부 사망원인은 한국산 바이러스 [월드핫피플]
  • 10
  •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진 계층 사다리… ‘N포 세대’만 늘었다[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서울신문
    0
  • 외환위기와 함께 무너진 계층 사다리… ‘N포 세대’만 늘었다[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트렌드 뉴스
    최신뉴스
    인기뉴스
닫기
  • 뉴스
  • 투표
  • 게임
  •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