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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족한 예산·옥죄는 규제… 한국, 공허한 ‘AI 3대 강국’의 꿈[‘딥시크 충격’ AI전쟁 어디로 가나]
    세종 옥성구 기자
    입력 2025.02.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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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했던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오픈AI를 중심으로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듯 보였던 AI 생태계에 ‘저비용 고성능’을 내세운 중국 딥시크가 보란 듯이 ‘AI 굴기’를 입증했다. 앞서 2027년까지 ‘AI 3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던 정부도 국가AI위원회를 이달 안에 열어 AI 전략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추격 로드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AI 패권 경쟁 ‘역부족’
한국 올 예산 1.8조원 vs 中 39조원
‘자율’ 미중일과 달리 과한 규제 우려
연구자 2만명… 中은 41만명 ‘20배’
5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673조 3000억원의 예산 중 AI 관련 예산은 총 1조 8000억원(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미국의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AI 예산은 200억 달러(약 29조원)다. 전체 예산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로 같지만 가뜩이나 미국에 비해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년 동안 AI 데이터센터에 5000억 달러(720조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표했다. 중국도 AI를 포함한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지원에 올해 1917억 위안(약 39조원·전체의 0.68%)을 책정했다. 향후 중국이 AI에 쏟아붓겠다고 예고한 자금은 690조원에 이른다.

AI 분야의 민간 투자도 부족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지수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민간 투자액은 13억 9000만 달러(2조 31억원)로 세계 9위다. 미국(672억 2000만 달러)의 48분의1 수준이다. 중국의 민간 투자 규모도 77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

AI 분야에서 한국은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미중을 쫓는 ‘3위권’으로 묶이지만 양강인 미중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이처럼 역부족이다. 챗GPT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은 미국이 64개로 가장 앞섰고, 중국이 42개로 뒤를 쫓고 있다. 한국은 3위라곤 하지만 11개로 중국의 4분의1 수준이다. AI 패권 경쟁의 실탄으로 불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전쟁에서도 뒤처졌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3년에만 GPU를 15만개 사들였으며, 메타도 GPU를 15만개 보유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물량은 2000개에 불과하다. 딥시크 충격에 정부는 2030년까지 GPU 3만개를 확보하기로 했고, 연내 1만 5000개, 2027년 초까지 3만개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규제 또한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규제 모델을 따른다. 자율 규제가 아닌 법률을 통한 규제다. 지난해 말 국회 문턱을 넘은 AI기본법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산업 진흥 뼈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과도한 규제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법률로 금지된 게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필요성을 언급한다. 미국·중국·일본은 법적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만 제공하는 자율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AI 분야 인재도 절대 부족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집계된 한국의 AI 분야 연구자 수는 2만 1000명이다. 중국(41만 1000명)에 비해 20분의1 수준이다. 2위 인도(19만 5000명), 3위 미국(12만명)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고, 일본(3만 5000명·5위), 영국(2만 9000명·6위)과 비교해도 열세다.

전문가들은 저비용, 고성능 AI 가능성을 열어 준 딥시크의 등장이 우리에게도 호재라고 말한다. 오픈AI의 모델 o1, o3-미니 등은 폐쇄형 전략을 취해 후발주자들의 추격 자체가 차단됐다. 반면 딥시크가 제시한 오픈소스를 응용하면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GPU 확보 등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고, 규제가 AI 육성 정책에 부합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후발주자 한국, 추격 가능성
“딥시크 오픈소스, 비용 절감 기회
정부, 추경 통해서라도 GPU 지원”
“원천기술 가르치고 투자 환경 조성”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미국 빅테크가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딥시크는 비용 절감 기법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매력적”이라면서 “중요한 건 GPU가 당장 1만대는 필요한데 민간에서 확보가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서라도 지원해야 하고,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육성 정책에 AI기본법의 규제가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에 필요한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딥시크의 성공은 한국으로선 호재”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와 AI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동인 카이스트 AI대학원 책임교수는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연구자들이 새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충분한 GPU를 지원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AI 경쟁 전략을 ‘매력적인 언더독’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연구원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투자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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