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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988년 체제서 멈춰 선 철도 문화유산… 131년 역사 상징이 없다
    글·사진 박승기 기자
    입력 2025.02.2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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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국립철도박물관으로 개관
1만 2657점 소장 중 국가유산 14점

국내 최대 증기기관차 파시 5형 눈길
지붕·덮개 없는 차량들 부식 심각

年 방문객 15만명… 적자 못 벗어나
“철도 역사·위상 담은 콘텐츠 보강”
1899년 한반도에 첫 열차 기적 소리가 울린 지 126년이 됐다. 1894년 6월 28일 우리나라에 최초의 철도 조직인 의정부 공무아문 철도국이 설치된 때를 기점으로 하면 철도 역사가 131년이다. 철도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와 수탈의 상징과 같다. 해방과 전쟁 후에는 근대화와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1974년 8월 15일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도시교통 시대를 열었고, 2004년 4월 1일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하며 전국의 반나절 생활권을 실현했다. 철도는 아픔과 좌절, 희망과 성장·도약이 내재한 대한민국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철도 유산은 보존해서 미래 세대에 물려 줘야 할 위대한 자산이다.

1988년 경기 의왕에 개관한 철도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철도역사 문화공간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데다 노후화로 인해 전시 차량의 훼손과 부식이 심각하다.
1988년 경기 의왕에 개관한 철도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철도역사 문화공간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데다 노후화로 인해 전시 차량의 훼손과 부식이 심각하다.

눈이 내리던 지난 12일 경기 의왕의 철도박물관을 찾았다. 철도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박물관이라는 설명은 입구에서부터 무색했다. 의왕시 철도특구라는 상징성과 수도권 전철 1호선 의왕역에서 800m 거리에 있는 입지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담장 안쪽에 눈이 쌓인 열차가 없었다면 박물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노후했다.

철도박물관은 1935년 용산에 있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폭격을 맞아 폐관된 후 올림픽을 앞둔 1988년 국립철도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2016년부터 코레일이 직접 운영을 시작한 사립 박물관(1종 전문 박물관)이다. 부지 2만 6570㎡(약 8050평) 중 약 90%를 차지하는 야외 전시장과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소장품 1만 2657점 중 국가 등록 문화유산이 14점이다. 국가유산은 국내 최대 증기기관차인 파시 5형(23호)을 비롯해 국내에 남은 협궤 객차 중 가장 오래된 18011호 등의 차량이 대부분이다. 야외에는 차량 32량 등 40개 전시물이 있는데 1988년 조성 당시 반입한 통일호·비둘기호 객차와 마카형 증기기관차 등 10량만 지붕이 있을 뿐 추가 도입된 차량과 장비 등에는 지붕이나 덮개가 없어 훼손 및 차량 부식이 심각하다. 실내 전시물의 경우 10년에 한 번은 외부 도색을 하지만 외부 전시물에는 3년마다 진행하는 등 유지·관리 부담도 크다.

대통령 전용 디젤 전기동차가 철도박물관 외부에 지붕조차 없이 전시돼 있다. 국내 유일한 디젤 전기 방식의 동차로 1969년부터 2001년까지 6명의 대통령이 이용한 의전 차량이다. 2022년 4월 국가 등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대통령 전용 디젤 전기동차가 철도박물관 외부에 지붕조차 없이 전시돼 있다. 국내 유일한 디젤 전기 방식의 동차로 1969년부터 2001년까지 6명의 대통령이 이용한 의전 차량이다. 2022년 4월 국가 등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최고 관심도 집중 전시물은 대통령 전용 디젤 전기동차다. 국내 유일의 디젤 전기 방식 열차는 1969년부터 2001년까지 6명의 대통령이 이용한 국가원수 의전 차량으로 2022년 4월 국가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차량은 1969년 일본에서 제작됐고 쌍둥이 경호 차량은 1985년 국내에서 만들었다. 외부에 있는 탓에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더욱이 국내 최초 디젤 전기기관차(2001호) 및 관광 전용 열차 등 철도 차량 20점은 전시 공간 부족과 이동의 어려움으로 대전철도차량정비단에 임시 보관 중이다.

열악하기는 전시관도 마찬가지다. 역사실·차량실·수송서비스실 등 구색은 갖췄으나 공간이 좁아 전시물 교체 등이 쉽지 않다. 수장고가 없어 2층 사무실과 지하 기계실을 임시 사용 중이며 그래도 부족해 인재개발원과 광명역 등에서 분산 관리한다. 박물관의 기본인 조사·연구·교육은 실내 복도나 외부 전시 차량 내부에서 진행하며 박물관 사무실은 임시 건물에 있다.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은 “철도 사양화가 가장 심했던 1988년 박물관이 조성된 데다 박물관 운영 경험이 없다 보니 형식만 갖췄을 뿐 기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인입선조차 없어 차량을 설치하려면 대형 트럭과 기중기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니 전시물 확대나 재배치 등은 언감생심”이라고 토로했다. 1999년과 2019년의 리모델링은 소방 설비 보강이었지 콘텐츠 개량과는 무관했다.

철도박물관은 수도권이라는 유리한 입지에도 이용객이 연간 15만명에 불과하다. 수입은 입장권과 체험료, 매점 임대료가 전부다. 반면 지난해 유지·보수와 시설물 개량에 약 7억 5000만원을 사용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다.

의왕 철도박물관 규모의 철도박물관만 30여개인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 실내에 실제 차량과 모형을 전시해 교육 및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시 아트리움 형태로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볼 수 있고, 전차대를 설치해 시대별·기술별 등 주제에 맞춰 차량을 재배치함으로써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코레일이 철도박물관의 운영 활성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역 이전이 쉬울 수 있지만 한국교통대와 코레일 인재개발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로템과 수도권 철도 물류의 중심인 오봉역이 집중된 현 부지에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용역 결과로는 실내 전시관 확대와 체험·교육 프로그램 강화 및 편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연간 방문객 100만명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재 전문가는 “131년 유구한 철도 역사와 한국 철도의 위상을 보여 줄 수 있는 전시 및 체험 시설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수도권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만큼 조사·연구·교육 기능을 강화해 전문 인력 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 보강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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