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실적 전망 실망감에 -16%…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5% 내려
"급락 충격 피해 가기 쉽지 않을 것" 유가 급락·트럼프 발언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16일 국내 증시는 간밤 미국 반도체주의 급락세를 반영하며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6포인트(0.39%) 오른 2,633.45에 거래를 마치며 2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천82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순매수 금액 중 2천45억원을 SK하이닉스[000660]에 쏟아부었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005930]가 0.33%, SK하이닉스가 2.88% 동반 강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주에 훈풍이 유입됐다.
간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7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76%, 나스닥종합지수는 1.01% 하락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약세 마감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이 발표한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 것이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ASML은 2025년 매출을 300억∼350억유로(327억∼381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는 ASML이 이전에 예상했던 매출은 물론, 시장 전망치(358억유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3분기 예약 매출(26억유로)도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56억유로)를 크게 하회했다.
ASML의 주가는 16.26% 폭락했고, 이 영향으로 대만 TSMC는 2.64%, AMD는 5.22%, 브로드컴 3.47%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출에 국가별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 증가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엔비디아도 4.69%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이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낙폭을 키웠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28% 떨어졌다.
골드만삭스(-0.07%), 뱅크오브아메리카(BOA·0.55%), 씨티그룹(-5.11%)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냈지만 시장 분위기 탓에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날 국내 증시도 부정적인 흐름 속에 장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SML발 쇼크에 따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급락의 충격을 피해 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국내 증시의 하락 출발을 전망했다.
그는 "국내 증시 수급이 얇아지면서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3개 주력 업종이 같은 방향성을 띠는 날이 없는 것이 최근의 특이현상"이라며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가 동반 약세를 보인 만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로 쏠렸던 자금 흐름 변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및 핵 시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4.4% 하락하는 등 유가가 급락한 것도 국내 에너지 관련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S&P 에너지 섹터는 3% 넘게 급락하는 모습이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 완화는 긍정적이지만 유가 급락 등 높아진 변동성은 부담"이라며 "차별화 장세에 대비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하는 등 관세 강화를 내세운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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