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방문한 목포에 위치한 광주교대목포부설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 들어가니 다른 교실보다 훨씬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분명 경제금융교육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다. 24명의 학생이 4~5명씩 조를 짜고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나눈 대화는 이렇다. “너 방직공장 창업할 거야?” “일단 사는 게 이득인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은행에 저축할래.” 자세히 보니 주사위를 굴려 각자의 말을 이동하는 게임인 ‘부루마불’을 하는 것 같았다.
부루마불과 비슷하게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이동시켜 한 바퀴를 돌면 정해진 돈을 받는다. 이 돈을 가지고 간척지·축사 등 1차 산업, 방직공장 등 2차 산업, 백화점이나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사 등 3차 산업 관련 회사를 창업할 수 있다. 주사위를 굴려 창업한 곳을 다른 사람이 지나면 회사 능력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도 가능한 점도 부루마불과 비슷했다.
다른 특이한 점도 있었다. 은행과 보험사가 있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 보험사에선 전액보장·부분 보장 보험증권을 살 수 있다. 웃는 얼굴이 그려진 곳에 말이 도착하면 스마일카드를 뽑아야 하는데, 스마일카드에는 회사 영업 시 겪을 수 있는 ‘고난’이 적혀져 있다. 예를 들어 세율 인상, 파업, 자연재해로 인한 공장 파괴 등이다. 보험증권이 있다면 이를 복구할 기회가 생긴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회사를 사고팔 수도 있었다. 회사를 사는 희망자가 없다면 은행에 원래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할 수 있다.
게임은 3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이날은 2라운드까지만 진행됐는데 규칙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연습게임 형식으로 1라운드를, 본격적인 게임은 2라운드부터였다. 2라운드부터 규칙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은행과 보험 관련 수치가 달라졌다. 은행에서의 저축과 대출 이자가 10%에서 각각 20%와 5%로 바뀌었다. 1바퀴마다 받는 월급 수익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었으며 보험증권 가격도 5만원씩 상승했다.
바뀐 규칙에 따라 대응하는 학생들의 전략도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 은행 저축을 하지 않았던 한 학생은 저축 이자가 10%포인트 오르자 저축만 하기 시작했다. 보험증권을 사지 않아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다른 학생은 가격이 올랐음에도 보험상품을 샀다.
2라운드가 끝나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투자·보험·전략에 대해서 물었는데 각자의 생각이 매우 달랐다. 한 아이는 여행사를 통해 3차 산업 회사를 차릴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큰돈을 들여 회사를 차려야 통행료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아이는 초반 모은 돈을 은행에 저축했다. 60만원을 모아 20%의 이자를 받아 1바퀴당 12만원을 벌고 다시 저축했다. 돈을 불려 가장 많이 빨리 버는 곳에 투자했다. 지나가는 모든 장소에 창업을 한 학생도 있었다. 무조건적인 투자를 통해 통행료로 이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보험증권이 필요하다고 느낀 학생들도 많았다. 가장 비싼 회사를 팔아야 하는 미션이 나왔으나 보험증권을 통해 전액보상을 받은 경우나 화재가 발생했는데 보험증권으로 절반만 손해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사람은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하고 불안감 때문에 보험에 가입한다’는 한 줄짜리 교과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게임이 끝난 후 토의를 참관했을 때 학생들은 ‘무조건적인 투자는 위험성을 가진다’, ‘좋은 투자처에 투자한다면 돈을 벌 수 있다’, ‘보험이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등 투자와 보험에 대해 즉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목포부설초등학교가 이같은 체험형 교육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부가 지정한 경제금융소비자교육 연구학교였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선생님들의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교육과정은 단순히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학교는 교육용 부루마불 게임뿐 아니라 체험형 수업도 하고 있다. 장기중 교감은 “부모님 등 보호자들이 학생들에게 5000원의 용돈을 주고 소비계획을 짠 후 수업시간에 마트에 가서 소비하는 체험을 해봤다”며 “물건을 직접 사며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동감있게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맞춤형 경제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욕구가 있으면 바로 해결해야 하는 게 초등학생의 경제활동인데 이같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경제활동 전반에 대해 정리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를 끝으로 연구학교 지정은 끝났지만 이같은 경제금융교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웅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며 “1~6학년 때까지 우리 학교에서 경제금융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경제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다”고 밝혔다.
목포=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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