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간자본, 운수업계 먹튀 철저 차단"… 오세훈, 시내버스 전면개편 추진
    입력 2024.10.22 10:00
"일부 민간자본이 운수업계 공공성 훼손… 먹튀 철저히 차단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내버스 운영에 대한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일방적이던 재정지원 구조를 개선해 경영혁신을 유도하고 민간자본을 엄격히 걸러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장거리와 중복노선을 폐지하는 등 버스노선도 20년 만에 손 본다.
22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회사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버스 운송으로 발생한 수입금은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총비용이 총수입을 초과해 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한다.
하지만 20년간 준공영제를 유지하면서 서울시의 재정 부담은 커졌다. 오 시장 역시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으로 인해 서울시의 부담이 가중됐다"며 "민간자본의 진입에 따른 공공성 훼손 우려, 교통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노선 체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공영제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현행 준공영제와 비교해 공영제는 노선권 및 차량 인수 등 초기 재정부담이 높고 지속적인 재정 지출이 생기는 구조다. 더욱이 운수회사간 과도한 경쟁으로 이익만을 추구해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시민 안전 투자에는 소홀해지는 단점도 있다.

건전 재정, 공공성 확보 위해 혁신… 오세훈式 민간자본 '먹튀' 방지책 눈길
이에 서울시는 공영제와 민영제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각 제도의 장점은 극대화한 준공영제로의 개선을 택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재정 ▲공공성 ▲서비스 등 3대 분야의 혁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민간자본 종합관리대책이다. 현재 준공영제 운수회사를 안정적 투자처로 인식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울시내버스 회사 6곳을 인수한 상황으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 훼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오 시장은 "현재 일부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6개 버스 회사를 인수한 뒤 단기간에 재매각하는 등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는 불건전한 자본의 진입과 과도한 수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서울시는 진입 전·후, 이탈시 등 단계별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엄격한 진입기준에 따른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과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제한한다. 아울러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설립 2년 이상 경과 된 곳에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진입 전 관리대책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의회와 협력해 올해 안에 준공영제운영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회사채 발행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늘어난 경우에는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자본이 준공영제 허점을 악용해 알짜 자산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이른바 '먹튀'도 원천 차단한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엔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고 민간자본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최초 진입 후 5년 내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시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해 '먹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기로 했다.
재정지원 구조 개선을 통한 재정 운영 방식도 바뀐다. 운송수지 적자분을 정산 후에 전액 보전하던 '사후정산제'를 다음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전환한다. 기존 전액 보전 '사후정산제'는 운수회사 입장에서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일 유인 요소가 없었지만 '사전확정제'로 제도가 변경되면 운수회사는 자발적인 수입 증대와 비용 절감 등 경영혁신에 나서야 한다. 또한 사전확정제로 전환하면 정산업무 간소화로 정산인력을 줄일 수 있어 행정비용 감소와 함께 대출이자 등 연간 최대 1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건비와 연료비의 보전 방식도 개편 대상이다. 많이 써도 모두 실비로 보전해주는 정산방식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해주는 표준단가 정산제(이하 표준정산제)로 개편한다. 지금은 표준운송원가의 85%에 달하는 운전직 인건비, 연료비 2개 항목에 대해선 실비정산하고 타이어비, 정비비, 정비직·관리직 인건비 등 그 외 항목은 보유대수 또는 운행 거리에 따라 상한이 있는 표준정산제를 적용하고 있다.

노선굴곡도 증가로 통행속도 느려져… 노선 개편 통해 '대세권' 실현
노선 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준공영제 도입 시점에 진행한 간·지선 노선 개편, 중앙버스전용차로 개설 등으로 서비스 질이 크게 개선됐지만 20년이 경과 한 현재는 노선굴곡도 증가로 인한 통행속도 감소, 타 교통수단과 중복 등 서비스 수준이 저하된 부분이 있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버스노선 전면 개편을 통해서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대세권'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부터 건설까지 장기간 소요되고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투입되는 철도를 대신해 가성비가 높은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2층 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 심야시간 대 청소·경비 등 새벽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은 고령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지역에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버스조합 등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노선 전면 개편 및 사전확정제도 실시를 위한 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준공영제 20년을 맞이해 추진하는 재정, 공공성, 서비스 등 3가지 혁신 달성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든든한 교통복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서울시내버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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