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장 예상 벗어난 두산밥캣 가치평가…공은 다시 금감원으로
    송은경 기자
    입력 2024.10.22 09:54

당국, 현금흐름·배당할인법과 시가평가 비교 요구…두산은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두산 "회계법인서 법적 리스크 우려해 거부"…에너빌리티 일반주주 반발 여전

사업구조 재편 설명에 나선 두산 3사 경영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2024.10.21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재시도하면서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당시 사용하라며 예시로 든 가치평가 방법론을 배제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감독원의 반응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산로보틱스[454910]가 21일 제출한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241560]의 지분 가치를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정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지난 7월 금감원이 2차 정정을 요구했을 당시 금감원은 두산그룹이 시가로만 평가한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에 대해 수익가치 산정 근거 부분을 보완하도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DCF), 배당할인법(DDM) 등 미래 수익 효과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의 수익가치를 측정,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방식과 비교하도록 했다.

그러나 두산 측은 두산로보틱스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를 산정함에 있어 상장주식으로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점, 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 적용 시 미래의 매출 및 영업이익의 추정 등을 포함한 많은 가정사항들이 적용되며 이러한 가정사항들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값 또한 평가인의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금흐름할인 모형 등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한 안진회계법인 역시 평가의견서에서 ▲ 시가가 다른 어떤 평가방법론보다 공정가치에 부합하고 ▲ 현금흐름·배당할인법은 평가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 이들 방법론에 적용되는 변수 역시 시가에서 산출된 값들이어서 현금흐름·배당할인법에 따른 결과값을 근거로 시가를 부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두산 관계자는 "회계법인 3곳에 문의를 했는데 엄연히 시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금흐름할인법 등을 적용한 결과값이 시가와 달라진다면 소송 등 법적 리스크가 불거진다며 모두 거부했다"며 "산출해낸 값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은 비상장사이지만, 이 회사는 사실상 밥캣 지분 가치가 전부인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결국 상장사인 밥캣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맞는 방법론이 시가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두산그룹은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한 밥캣에 대한 지배주주 지분 가치를 산정할 때 밥캣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의 반발을 해결하려 했다. 가치 산정에 반영된 경영권 프리미엄율 43.7%는 제조업 산업군의 과거 10년 평균으로 산출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두산그룹의 입장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밥캣의 배당가능이익을 추정해서 매년 예상 배당율만 곱하면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의 현금흐름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걸 안 했다는 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분할합병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면 두산로보틱스 주주들이 불리해지게 돼 소송 리스크가 생길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금감원의 취지는 무조건 현금흐름할인법 등을 사용해 합병비율을 정하라는 게 아니라, 기준시가 외 다른 가치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주주들에게도 그 가격을 보여줘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의견서에는 '미국 등 선진국의 평가 실무에서는 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을 적용하는 경우 시가 또는 상대가치 등 시장에서 산출된 정보를 기초로 현금흐름할인법의 가치를 보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돼 있는데, 왜 스스로 예시로 든 방법론을 배제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 방식을 택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두산그룹 나름의 '주주 달래기'에도 일반주주들 사이에선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의결권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기업지배연구소장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고 있으면 기존에는 두산로보틱스 3주를 준다고 했던 걸 4주로 늘려준다는 것"이라며 "주주들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시선은 다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난 8월 이 원장은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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