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만 9.7%↑…주택·일반용은 동결(종합)
    차대운 기자
    입력 2024.10.23 11:12

산업부·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부담 여력 있는 대기업이 고통분담"

삼성 등 대기업은 10.2%↑…한전 "전기요금, 아직 원가 이하 수준"

연간 약 4조7천억원 추가 전기판매 수익 기대 전망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고지서
[촬영 김성민]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국민 경제 부담, 생활 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인상된다. 이중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인상된다.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반도체, 철강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에 주로 적용된다.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전체 한전 고객(약 2천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산업용에 국한된 이번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도 대략 전체 요금을 5%가량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단위로 약 4조7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 것은 작년 11월로, 당시도 주택용과 일반용 등을 제외하고 산업용만 평균 4.9% 인상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상점 등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도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작년 5월 인상 이후로는 계속 동결 중이다. 산업부와 한전은 서민경제 부담과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주로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결정을 하는 데는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남호 차관은 브리핑에서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한 수출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며 "금년 들어 수출이 계속 좋았던 상황이고, 전반적 산업생산지수도 제조업 부문이 우수해 부담 여력 있는 데서 부담하는 게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한전이 떠맡았던 것인데 그때 대기업과 국민경제가 빚 진 것을 (수출 대기업이) 환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건설과 관리를 책임지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

한전은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연결 기준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고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로 범위를 넓혀도 누적적자는 여전히 41조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천900억원이다. 작년 말(202조4천500억원)보다 4천400억원가량 늘었다.

대규모 부채로 한전은 작년 한 해만 4조4천500억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하루 122억원 수준이다.

2022년 이후 이번을 포함해 전기요금이 총 7번에 걸쳐 평균 50% 가까이 인상되면서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간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40조원대에 달하는 누적적자 해소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한전은 이번 인상이 재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한전이 향후 일단 안정적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을 반영하며 최근 수년간 일반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주택용을 중심으로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
(세종=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23 pdj6635@yna.co.kr

김동철 사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이며, 국제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별도 기준으로 3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운영·투자비, 적정 보수를 포함한 총괄 원가를 기준으로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 등 전 용도별 전기 판매가가 다시 원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은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한전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효율적 에너지 소비 유도와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서도 요금 조정을 통한 가격 신호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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