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험사마저 꿈틀…집단대출 9개월 만에 1.5배↑
    입력 2024.10.24 08:50

1금융권의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가 강화되면서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집단대출이 보험사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은행권의 여신 여력이 제한되자, 보험사를 비롯한 2금융권이 집단대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증가세가 부각되는 새마을금고를 견제하며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이어간 상황에서, 보험사 역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아시아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보험권 집단대출 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보험권 집단대출 잔액은 3300억원으로 지난해 말(2200억원) 대비 50% 늘었다. 이는 올해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집단대출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나 재건축되는 아파트 소유 예정자들이 개별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받는 대출이다. 분양 시에 받는 중도금 대출과 입주 시기가 되면 신청하는 잔금대출, 재건축 사업 추진기간 동안 조합원의 이주자금을 지원하는 이주비 대출 등으로 나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존 건물이 담보로 즉시 설정된다면, 집단대출은 건설 중인 아파트를 담보로 잡되 준공 후 담보로 설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중도금 대출은 준공 전까지 실제 담보 없이 대출이 나가는 셈이라 리스크가 더 크다.
집단대출은 통상 2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더 낮은 시중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지만,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모양새다. 과거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서울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잔금대출에 상호금융권이 진출하는 등 대출 시장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집단대출 취급 기관으로 서울강동농협을 선정한 이례적 사례가 그 예다.
이미 상호금융권인 새마을금고가 집단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조짐이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최근 2금융권 ‘풍선효과’를 견제하고 나선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집단대출 시장을 점유하는 와중에 비은행권에서도 일부 수요를 가져가는 만큼 영업력의 차이가 있고, 규모 면에서 보험사가 걱정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권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7400억원, 7200억원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220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김병기 의원은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이전 분양물량의 중도금과 잔금대출이 집행되는 시기가 맞물려 자연스러운 대출 증가였다면, 지금은 은행권 규제를 피해 불가피하게 보험사로 옮기는 조짐이 보인다"며 "보험사들은 본업이 보험영업이지 대출이 아닌데, 은행에 비해 대출 심사 인력이나 시스템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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