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쌓이고 있다. 이달 매물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는데, 증가한 매물을 살펴보면 5가구 중 1가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상급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뛴 데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남 3구는 매물이 쌓이더라도 집값이 내려가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서울 아파트 매물 한 달 새 7400가구 증가… 20%는 강남 집중2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3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981가구였다. 한달 전인 지난달 23일(8만589가구)보다 약 7400가구나 증가해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 올해 1~6월 사이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에서 매물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 건 7월(7만9050가구)부터였다.
지난 한 달 사이 늘어난 매물 7392가구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강남 3구(19.8%·1421가구)였다. 이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13.0%(959가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9.8%(726가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는 9.0%(664가구)로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 매물이 불어난 이유였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23일 기준)은 2807건으로, 전월(6300건)보다 3000건 넘게 줄었다. 지난 8월 대비 9월 거래량 감소 폭을 지역별로 보면, 강남3구 726건(1145건→419건), 노도강 440건(824건→384건), 마용성 419건(705건→286건), 금관구 229건(465건→236건) 순이였다.
"매물 적체에도 금리 인하 기대, 전세가 상승으로 집값 하락 어려워"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로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과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돈줄을 옥죄고 매수 문턱을 높이면서 거래가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지난 7월 이후 거래량이 최고점을 찍고 수요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추가로 영향을 미치면서 매물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해도 집값이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강남에서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함 랩장은 "기준 금리 인하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급지로 올라가려는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집값이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여전히 전세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물이 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방어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남 3구의 매물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1차 전용면적 63㎡는 지난 11일 3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27일 같은 평형의 직전 거래가(34억원)에서 5000만원 빠졌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지난 12일 기준 23억3000만원으로, 같은 평형의 지난달 최고가(24억35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떨어졌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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