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등 품목 통상 압박에 철저 대응해야"
동남아·인도 진출한 韓 대미 수출 기업도 영향권 관측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내달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자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해결을 한미 통상 현안 중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 제언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4일 펴낸 '트럼프 재선 시 통상 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중국, USMCA(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베트남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3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은 연평균 27.5%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해 미국 측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2023년 미국의 연평균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연평균 458억 달러로, 대세계 무역수지 적자 1조2천135억 달러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에 이어 작년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9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99억달러로 올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2019년 한미 FTA 재협상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FTA 재개정 또는 무역수지 개선과 결부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품목 단위에서 2019년 한미 FTA 개정을 전후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미국 측의 재개정 요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승용차, 컴퓨터 부분품·저장매체, 냉장고 등을 미국 측의 무역수지 개선 압력에 대비해야 할 주요 품목으로 짚었다.
한국은 대미 무역 중 자동차 부문에서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60% 이상을 내고 있다. 자동차는 반도체에 이은 한국의 2위 대미 수출품이다.
아울러 산업연구원은 미·중 무역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한국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가 다수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와 인도로 이동했다며 해당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중국산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미 당국이 해당 국가들에 대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미국 수출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기업의 대미국 수출 상품이 중국산 원료와 중간재를 사용한다면 관세부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품목에 대한 조사 및 현지 또는 제3국으로의 대체 공급망 확보 가능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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