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공실률이 증가한 가운데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명품·화장품 브랜드들은 세를 늘린 반면, 이커머스 기업들은 주요 3권역(도심권역·강남권역·여의도권역)을 이탈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 위치한 루이비통코리아는 올해 3분기 임대 면적을 늘렸다. 서초구 GT타워에 둥지를 튼 화장품 브랜드 비나우도 증평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 도심권역과 강남권역 공실률이 전 분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0.3%포인트 증가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증평 사례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상황은 달랐다. 서울 도심권역의 중구 서울스퀘어에 입주해 있던 11번가는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했다. 강남권역의 삼성동 오피스빌딩에 있던 인터파크는 경기 제2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요 3권역 이탈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업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해당 업체들이 재무 건전성 향상,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어서다. 2022년 강남구 센터필드로 이전했던 SSG닷컴은 내년 1분기 영등포구 KB영등포타워로 사옥을 옮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은 물론이고 티메프 사태, 태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 등도 영향을 미쳤다"며 "약화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심권역의 경우 4분기에 공실률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가 떠난 서울스퀘어가 임대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 내 5개 층에 입주해 있던 공유오피스 위워크 을지로지점도 4분기에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계속 오르면서 신규 임대차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12만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했다. 도심권역이 12만49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강남권역과 여의도권역은 3.3㎡당 각각 12만2500원, 10만6700원으로 집계됐다. 관리비는 서울 전체 기준 3.3㎡당 4만6400원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한 임대인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서 공실률이 전반적으로 높진 않지만, 그만큼 신규 임차인들의 프라임 오피스 시장 진입이 어려운 양상"이라며 "전반적인 임대수요 둔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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