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코리아국제중고교 이사장 맡아 후원 "차세대 육성 중요"
(전주=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재일동포 기업인들은 모국을 돕는 일에는 늘 발 벗고 나섰죠.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우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잡을 수 있는 일이라 지금까지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열린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참석한 김순차(70) 일본 동경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2번째 대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바로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동경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30여명의 재일상공회의소 회원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의 위상이 달라졌고 참가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수준도 글로벌화됐다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초장기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쳐온 한상(韓商)의 경험을 모국에 전한다는 애국심이 컸는데 지금은 거꾸로 배운다"며 "모국과 동포사회가 상생하는 현장이라 뿌듯하다고 든든하다"고 반겼다.
대회를 찾은 재일 상공인들은 부동산, 무역·유통, 미용·건강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출상담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에서 온 기업인들과 교류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돼 일석이조"라고 치켜세웠다.
1961년에 설립된 동경한국상공회의소는 재일동포를 대변해온 대표적인 경제 단체 중 하나로 모국 경제발전과 동포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거주해온 구(舊)정주자들이 중심이었는데 최근에는 1980년대 이후에 건너온 신(新)정주자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문호도 개방했고, 세대교체도 이루어져 재일 2∼3세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재일동포 2세인 김 회장은 어려서부터 많은 차별을 겪었고 그 덕분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커졌다.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서 기업 활동도 탄력을 받아 고무적이라며 그는 "지금이야말로 양국 간 경제·문화 교류를 더 확대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도쿄에서 부동산, 유기업(遊技業)과 무역 및 항공기 임대업 등의 비즈니스를 펼쳐온 그는 2008년 오사카에 코리아국제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차세대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글로벌 시민의식을 가진 인재가 되도록 돕자는 취지로 재일 2세 지인들과 함께 법인 이사로 참여했다.
초대 이사들이 경제적 사정 등으로 그만두면서 혼자 남아 8년 전부터는 이사장을 맡아 학교 운영을 돕고 있다.
이 학교는 설립 이래 한국어, 한국사 등의 수업을 하기 위해 일본 정부 지원을 받는 '1조교'를 포기하고 각종학교로 남아 있다.
재학생 100여명으로 지금까지 배출한 200여명의 졸업생은 도쿄대·오사카대 등 일본 내 명문대학뿐만 아니라 서울대 등 모국 유학생도 다수 배출할 정도로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도쿄, 오사카, 교토 등에 있는 4개의 한국국제학교와 달리 '재외 한국학교'로 인정받지 못해 한국 정부로부터도 지원금을 못 받는 처지다.
매년 발생하는 5억원 가까운 적자를 사비로 메꾸고 있는 김 회장은 "매년 입학하는 학생들이 온전히 교육받아 세상에 나아가도록 뒷받침하는 일이라 외면할 수 없다"며 "학교 운영을 위해서 사업을 하는 셈"이라고 담담히 웃었다.
이 학교는 2021년 일본에서는 최초로 'K-팝·엔터테인먼트 코스'라는 정규 교육 과정을 신설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일본인 입학생도 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 공생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힘닿은 데까지 학교 돕는 일을 지속하겠지만 학교 안정화를 위해서는 모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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