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격화·자금 고갈 속 IPO 통한 활로 모색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자율주행 관련 업체 호라이즌 로보틱스(디핑셴·地平線)가 24일(현지시간) 홍콩 증시에 상장한 가운데, 경쟁 격화와 자금 고갈에 직면한 중국 전기차·자율주행 업체 다수가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라이즌은 상장 첫날인 이날 장 초반 한때 공모가(3.99홍콩달러) 대비 37.84% 급등했고, 위카이 최고경영자(CEO)의 추정 자산도 한때 12억 달러(약 1조6천억원)로 불어났다.
다만 호라이즌 주가는 이후 전반적인 기술주 약세 속에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하고 한국시간 오후 3시 55분 기준 공모가 대비 7.77% 오른 4.3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호라이즌은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아우디·현대차·비야디(BYD)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호라이즌은 올해 홍콩 증시에서 최대 규모인 이번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67억 달러(약 9조2천억원)로 인정받고 6억9천600만 달러(약 9천60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홍콩 테크분야 IPO만 따지면 이는 2021년 말 센스타임 그룹의 7억4천만 달러(약 1조원) IPO 이후 최대 규모이며, 호라이즌은 이 자금을 연구개발과 전략적 투자, 영업마케팅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중국 투자은행 샹송의 멍선은 유명한 다수의 해외 투자자가 IPO에 참여한 데다 이날 테슬라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시장 심리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반면 킹스턴증권의 딕키 웡은 자율주행에 대한 시장 열기가 일시적으로 과장됐다고 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라이즌의 기업 가치가 지난해 12월 투자금 모금 당시의 87억 달러(약 12조원)보다는 23%가량 낮다면서, 저평가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직면한 중국 전기차·자율주행 업체들이 IPO에 나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지능형·커넥티드 차량 산업혁신연맹' 자료를 보면 관련 스타트업들의 자금 모금액이 2021년 1천억 위안(약 19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450억 위안(약 8조7천억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쭝무와 미니아이, 전기차업체 호존이 각각 올해 홍콩 증권거래소에 IPO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또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인 모멘타, 로보택시 업체 위라이드와 포니.ai는 미국 상장을 위해 중국 증권 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포니.ai는 지난주 나스닥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를 냈다.
한 스타트업 투자자는 "기존 주주들이 기업들에 상장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기 둔화 속에 투자자들이 더욱 신중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신증권의 리징카오 애널리스트는 "아직 미상장 상태인 신규 진입 기업 등에는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쟁 격화 및 자금 압박으로 이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PO를 추진 중인 호존은 지난달 일부 직원에게 급여의 절반밖에 지급하지 못하면서 경영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미 뉴욕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업체 지커도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한 데다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밖에 호라이즌의 이번 IPO로 고금리 여파 등으로 한동안 부진했던 홍콩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는 전날 중국 국유 음료업체인 화룬음료가 상장을 통해 약 6억4천920만 달러(약 8천957억원)를 끌어모은 바 있으며, 올해 홍콩 증시의 IPO 규모는 이미 지난 한해 전체분을 넘어섰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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