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철도차량 수소로 대체 추진 움직임…스페인·獨·日·中 진출 활발
국내서는 수소열차 연료보조금 '전무'…"수소 차량에도 적용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전 세계적 기후 환경 문제로 주요 국가마다 탄소 중립 달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철도 시장에서도 주원료를 디젤에서 수소로 대체하려는 분위기가 확산 중이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인 글로벌 수소 철도 시장도 매년 빠르게 확대돼 10년 뒤에는 그 규모가 30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 철도 산업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국내 철도·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는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주원료로 하는 '수소 철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철도 선진국은 물론 미국, 중국과 같은 인구 대국도 수소 철도차량 도입을 검토하면서 그 나라의 정부도 해당 사업을 장려하고 나섰다.
수소 철도가 배기가스가 아닌 물만 배출해 대기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에너지 밀도도 높아 소비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소 철도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질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독일 철도 통계 전문업체인 'SCI 페어케어'에 따르면 글로벌 철도 시장은 2021년 258조원 규모에서 연간 4.3%씩 꾸준히 성장해 2026년에는 31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수소 철도차량 시장이 2025년 26억7천만달러(약 3조7천억원)에서 2035년 264억1천만달러(약 36조7천억원)로 연평균 28.2%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렇다 할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이미 형성된 '글로벌 공룡 철도 제조사'의 독점적 구조 탓에 국내 수소 철도 산업 생태계는 '황무지'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중처그룹(CRRC)과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등 3개 철도차량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 전체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어서다.
국내 유일 고속 차량 제조사인 현대로템이 10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시장 점유율은 2.1%에 불과하다.
세계 철도 선진국들은 최근 수소 철도 산업 육성에도 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이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 1월 현지 제조사 '탈고'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고속철도차량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발주된 고속철 사업에도 진출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고는 국내 KTX-이음과 유사한 속력을 내는 전기 고속차량 모델 '탈고250'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스페인 정부는 탈고의 수소 고속차량 개발과 관련 수소 공급 설비 구축에 650만유로(약 97억원)의 정책 자금을 지원했다.
EU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역내 570대 디젤 열차를 모두 수소 철도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EU는 비전철화 구간에서도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 철도차량 노선이 건설될 수 있게 관련 표준화와 규범 작업에 착수했다.
미래 국가 기반 산업으로서 수소 철도 차량 사업을 EU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영국도 수소 철도차량 연구개발에 뛰어들어 2040년까지 영국 모든 디젤 철도차량을 수소 철도차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프랑스 알스톰은 이보다 한참 전인 201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 기반 여객 동차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철도 선진화 작업을 진행 중인 미국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현지 최초 여객용 수소 철도차량 실물을 지난달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간접적으로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혜택 등의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일본도 탈탄소화 차원에서 철도 안전 규정을 개정했다. 지난 4월부터는 낙후된 지역 내 디젤 철도차량을 순차적으로 수소 차량으로 대체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차세대 시장인 수소 철도 사업이 이렇다 할 지원 사격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2021년 '수소경제 이행 기본 계획'을 수립하며 수소 철도차량 기술력 확보와 수소 구입 가격 현실화 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여전히 법적, 제도적 지원책은 미비한 편이다.
상용화 이후에도 지속적 운영 유지를 위한 수소 가격 현실화 문제는 물론 수소 에너지를 포함한 친환경 철도 차량 개발이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테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철도 전문가 진단이다.
이에 따라 현재 수소 자동차에만 한정된 유가보조금을 수소 철도차량에도 확대 적용하고 자동차나 선박처럼 '친환경 철도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래 수출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도 큰 만큼 수소 철도차량 운행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취지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위원은 "유럽에서는 디젤 철도차량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일찍이 수소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중장기적인 수소 철도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수소연료 비용을 낮추고 수소 차량 상용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gogo213@yna.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