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식품을 일컫는 'K-푸드'가 세계인의 입을 사로잡고 있다. 멕시코시티 사람들이 떡볶이와 라면을 즐기는 등 지구 건너편인 중남미에서 K-푸드에 대한 인기가 커졌고 K-푸드 주요 시장인 아세안, 특히 베트남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직후 급격하게 늘었던 K-푸드 수출 증가세는 최근 둔화하고 있다. K-푸드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농식품과 전후방산업을 아우르는 K-푸드플러스(+) 수출액은 96억347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1% 늘었다. 이 가운데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8.3% 증가한 73억75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상위 품목인 라면과 과자류, 음료, 쌀가공식품은 모두 9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주요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도 더 심화했다. 특히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인 라면은 9월 한 달간 1억300만달러를 수출해 올해 누적 9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9월 가공식품 수출의 12.3%를 차지한 라면 비중은 올해 같은 기간 14.5%로 커졌다. 과자류도 8.6%에서 9.0%로, 음료는 7.9%에서 8.1%로, 쌀가공식품은 2.7%에서 3.5%로 각각 수출 비중이 커졌다. K-푸드 수출 주요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 쏠림 현상이 더 확연해진 것이다.
국가별로도 마찬가지다. 올해 K-푸드 수출액이 가장 많은 미국으로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14.2%에서 15.9%로 1.7%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의 3대 시장인 미국과 아세안,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도 49.4%에서 50%로 확대됐다.
K-푸드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수출품목과 수출국가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대희 농촌경제연구원 부위원은 "농식품 수출은 2022년 기준 196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세계 대부분의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며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일본, 미국 등 세 개 국가의 수출 의존도가 전체 농식품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수출시장이 집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정 부위원은 "수출 집중화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하고 수출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수출국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출 다변화가 확대될수록 한국 농식품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수출 다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올 2월 발표한 'K-푸드플러스 수출 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K-푸드 수출 영토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중동과 중남미, 인도 등 3대 신시장 개척을 위해 K-푸드 페어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농협과 코트라 등 해외조직과 연계해 시장정보 조사에 나서고 있다. 기존 시장 내실화를 위해서는 유럽연합(EU)과 아세안 등 안정적 성장을 돕도록 시장 개척요원을 파견하고 현지화 제품 개발, 마켓테스트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미·중·일의 경우 국가별 중점도시 외의 주변 지방도시인 '2선 시장' 진출을 위해 로컬유통업체 입점 지원과 지역박람회와 안테나숍 등을 추진했다. 또 현지 유력 바이어 발굴에 중점을 두고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개편하고, 온라인 바이어 상담을 확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은 "올해 K-푸드플러스 135억달러, 2027년까지 23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 전후방산업 특성에 맞도록 지원 정책을 확대하겠다"며 "전후방 산업 수출 증대를 위해 출국 환경에 적합한 종자·스마트팜 등 수출 특화 모델 개발과 수출 제품의 현지 인허가·인증·마켓테스트 및 마케팅 지원을 확대하고, 수출 유망국가와 현지 협력개발 등을 통해 인근지역 수출 거점으로 조성, 스마트팜 시범온실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K-푸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농식품 하나만이 아닌 한국의 콘텐츠·가전·유통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필요하다.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은 "K-푸드 수출 증대를 위해선 단순히 K-푸드 자체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K-콘텐츠와 연계해 현지에서의 생산과 소비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K-푸드를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가전제품과 최상의 상태로 운반할 수 있는 유통 등 각 분야에서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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