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통령·의회 선거 승리시 트럼프 정책 추진 속도
해리스 당선시 일부 되돌림 장세 예상…장기 수급 부담 여전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3일까지도 두 후보의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자 채권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지난 2016년 대선 직후처럼 시장금리 급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 대선 직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트럼프 당선 선반영한 시장…관건은 '레드 스윕' 여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은 재정 지출 확대로, 관세 및 이민자 정책 강화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재료로 통한다.
채권 시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TV 토론 판정승(6월), 피습 후 지지층 결집(7월) 등을 거치며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에 베팅)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뀌며 다소 약해졌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지난달 중순경부터 다시 강해진 분위기다.
그 결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월 중순 3.6%대에서 최근 4.3%대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9%대에서 3.1%대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트럼프 당선이 서프라이즈였다면, 이번에는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한 번 경험한 시장에서 '트럼프=불확실성'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만 상·하원 선거까지 공화당이 모두 승리하는 '레드 스윕'이 나타날 경우 시장금리는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다.
백악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약해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직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미국은 하루 새 20.61bp(1bp=0.01%포인트), 한국은 18.5bp를 뛴 점을 고려하면 '레드 스윕' 시 10~15bp 수준의 일시적인 급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면 무역, 세금 분야에서 급격하게 정책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해리스 승리 시 시장금리 조정…재정지출 부담은 여전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채권 시장에 일부 되돌림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반영된 관세·이민자 정책 강화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예상되는 재정 지출 규모도 작은 편이다.
미국의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오는 2035년까지 정부 부채가 3조9천5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예상되는 증가 규모인 7조7천500억달러의 약 절반 수준이다.
다만 최근 채권 시장 체력을 고려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재정 지출 규모도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10년 국채금리 평균은 연 4%대로 2016년(1.84%)에 비해 높고 부채 잔액은 35조달러로 사상 최고인 상황"이라며 "의무 지출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1~0.2%포인트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고령화 등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CRFB 역시 "누가 이기든지 취임과 동시에 전례 없는 재정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 급등 장기화 우려는 적지만…변동성 확대 유의
미 대선 후 일시적으로 금리가 뛰더라도 그 흐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작다. 2016년과 달리 지금은 미국과 한국 모두 긴축 완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도 과거와 다르다. 2016~2017년은 미국의 성장기였던 반면 지금은 성장세가 차츰 사그라들고 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결과를 확인한 시점부터 약 한 달 내에 시장금리는 다시 하향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기간에 미 FOMC(6~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28일)가 예정돼 그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계속되고 있는 중동 분쟁,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정세 역시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해 시장금리를 더욱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수 있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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