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당선 선반영한 채권 금리…'레드 스윕' 땐 더 오를 듯
    곽윤아 기자
    입력 2024.11.03 06:00
    0

공화당, 대통령·의회 선거 승리시 트럼프 정책 추진 속도

해리스 당선시 일부 되돌림 장세 예상…장기 수급 부담 여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미국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3일까지도 두 후보의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자 채권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지난 2016년 대선 직후처럼 시장금리 급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 대선 직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세 현장에서 활짝 웃는 트럼프
(드렉셀힐[美 펜실베이니아주] 로이터=연합뉴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다. 2024.10.30 khmoon@yna.co.kr

◇ 트럼프 당선 선반영한 시장…관건은 '레드 스윕' 여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은 재정 지출 확대로, 관세 및 이민자 정책 강화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재료로 통한다.

채권 시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TV 토론 판정승(6월), 피습 후 지지층 결집(7월) 등을 거치며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에 베팅)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바뀌며 다소 약해졌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지난달 중순경부터 다시 강해진 분위기다.

그 결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9월 중순 3.6%대에서 최근 4.3%대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9%대에서 3.1%대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트럼프 당선이 서프라이즈였다면, 이번에는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한 번 경험한 시장에서 '트럼프=불확실성'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만 상·하원 선거까지 공화당이 모두 승리하는 '레드 스윕'이 나타날 경우 시장금리는 추가로 더 오를 수 있다.

백악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약해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직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미국은 하루 새 20.61bp(1bp=0.01%포인트), 한국은 18.5bp를 뛴 점을 고려하면 '레드 스윕' 시 10~15bp 수준의 일시적인 급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면 무역, 세금 분야에서 급격하게 정책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유세하는 해리스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0.28 khmoon@yna.co.kr

◇ 해리스 승리 시 시장금리 조정…재정지출 부담은 여전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채권 시장에 일부 되돌림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반영된 관세·이민자 정책 강화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예상되는 재정 지출 규모도 작은 편이다.

미국의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오는 2035년까지 정부 부채가 3조9천5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예상되는 증가 규모인 7조7천500억달러의 약 절반 수준이다.

다만 최근 채권 시장 체력을 고려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재정 지출 규모도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의 10년 국채금리 평균은 연 4%대로 2016년(1.84%)에 비해 높고 부채 잔액은 35조달러로 사상 최고인 상황"이라며 "의무 지출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1~0.2%포인트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고령화 등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CRFB 역시 "누가 이기든지 취임과 동시에 전례 없는 재정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 급등 장기화 우려는 적지만…변동성 확대 유의

미 대선 후 일시적으로 금리가 뛰더라도 그 흐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작다. 2016년과 달리 지금은 미국과 한국 모두 긴축 완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도 과거와 다르다. 2016~2017년은 미국의 성장기였던 반면 지금은 성장세가 차츰 사그라들고 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결과를 확인한 시점부터 약 한 달 내에 시장금리는 다시 하향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기간에 미 FOMC(6~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28일)가 예정돼 그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계속되고 있는 중동 분쟁,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정세 역시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해 시장금리를 더욱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수 있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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