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상장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팔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이 사라질 난관에 봉착했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대체투자 상품 중 거래의 용이성으로 인해 주목받았던 상품인데, 정부의 규제 유예가 끝나면서 투자자들은 매수·매도자를 직접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 청약 완판을 거듭했던 부동산 조각투자 공모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과 '펀블'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끝난다. 이 기간이 만료되면 각 플랫폼 내에서 조각 지분 거래가 보다 복잡해진다. 과거에는 주식처럼 손쉽게 증권 거래가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투자자가 1대1 방식으로 보유 증권의 수요자를 찾아야 한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은 '비브릭'도 올해 말 샌드박스 기간이 종료된다.
각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은 금융위가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장의 각광을 받았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값비싼 부동산의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 다수의 투자자가 보유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건물 운영 수익을 통해 배당을 받으며, 향후 투자 건물의 매각 시 차익도 얻을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 기간에 플랫폼이 증권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하면서 부동산 조각투자는 투자자 모집 단계에서 청약 완판을 거듭해 왔다. 카사는 지금껏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등 9곳 공모 청약을 100% 완판하고, 3곳을 매각했다. 루센트블록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핀포인트타워 3호' 등 10곳, 펀블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현대테라타워 DMC 1호' 등 3곳의 투자자 모집을 성공시켰다. 또 비브릭은 오는 13일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8층짜리 학원 빌딩 투자자 모집을 앞두고 있다.
A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토큰증권(STO)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금융위원회에서 하위법령이나 시행령 같은 것을 짜면서 나온다"며 "현재 금융당국의 기조는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의 분리로, 플랫폼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규제 샌드박스 기간은 총 4년으로 이 기간이 끝나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은 증권 발행과 유통(거래) 둘 중 한 가지 방식으로만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B 플랫폼 관계자는 "아직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이 성숙기에 이른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분 거래가 어려워지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투자 상품이 주목을 받은 것은 대체투자 상품 중에서 환금성이 좋다는 점도 크다"며 "이 같은 환금성이 떨어지면 투자 유인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대부분의 플랫폼이 스타트업이라 당국의 분리 기조에 따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C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들은 아직까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최소한의 보호장치나 제도 유예 장치 없이 STO 법제화가 이뤄지면 플랫폼들의 경쟁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부 부동산 조각 플랫폼의 경유 규제 유예가 끝났음에도 청약 완판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끝난 카사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235빌딩’의 투자자 모집에서 청약률 100%를 달성했다. 카사 측에 따르면 235빌딩의 지분 거래는 1대1 방식으로만 가능하지만, 플랫폼 내 연동된 증권계좌로 매도 희망자와 매수 희망자를 구분해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두고 예외적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카사는 증권사를 모체로 두고 있어서 증권 발행과 유통이 분리돼도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파이낸셜 그룹은 지난해 3월 카사를 인수했으며, 카사의 증권계좌는 대신증권과 연동돼 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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