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활동 반경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규모 소비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의 3분기 실적도 지난해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91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3256억원으로 5.4% 늘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편의점사업부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한 2조306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점포 수 증가로 인한 광고판촉비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1% 줄어든 7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이마트24 역시 3분기 순매출 5677억원,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이 5% 줄었지만, 영업손실을 30억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 다른 유통 채널들이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후퇴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수치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4%와 3.8%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9%, 영업이익은 11.6% 각각 후퇴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주요 3개 사의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빠졌고, 신세계백화점 역시 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매출액에서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8%와 2.1%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만 같은 기간 매출이 2.5% 늘었다.
편의점 업계의 호조는 유통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에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조사하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태 중 편의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7.9%를 차지했다. 이는 백화점(17%)과 대형마트(12.7%), 기업형 슈퍼마켓(SSM·2.8%)을 모두 제친 수치로, 오프라인 유통업태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은 지난 6월에도 매출 비중이 17.1%로 백화점을 1%포인트 앞섰는데,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오프라인 최다 매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고물가로 인한 경기 불황 탓에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은 영향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품 데이터 분석기관 마켓링크의 편의점 4사 상반기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편의점 식사대용식의 매출액은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7.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물가 상승으로 밥값 부담이 커지면서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에서 레스토랑 간편식 상품이 큰 인기를 끄는 등 편의점이 외식을 대체하는 하나의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3분기 계절적인 요인 탓에 실적이 후퇴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상기후로 더위가 초가을까지 이어지면서 백화점 3사는 가을·겨울(FW) 시즌 패션 제품의 부진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의 연간 의류 매출 비중은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실적 기여도가 높다. 하지만 9월 말까지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백화점들은 '패션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다만 4분기에는 추위가 본격화하면서 아우터 등 의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백화점이 오프라인 매출 비중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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