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사 내부통제시스템, 제재보다 인센티브 제공에 목표 둬야"
    이민영 기자
    입력 2024.11.15 09:30

증권학회 정책심포지엄…"금전적 제제·구체화된 면책요건 기준 마련해야"

이준서 증권학회장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근본적 변화…금융산업 신뢰 회복 기대"

한국증권학회
[한국증권학회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기업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아닌 법 위반을 방지할 인센티브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한국증권학회·한국공인회계사회 주최로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금융기관의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체제' 정책심포지엄에서 "내부통제 제도는 제재보다는 예방에 핵심이 있다"며 "단순히 책무구조도를 통해 누가 행위자이고 누가 감독자인지를 명확하게 밝혀 임원에 대한 제재를 쉽게 하자는 데에만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임원에게 법 위반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할 인센티브를 주는 데에 제재, 감면 제도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감면 여부는 임원의 내부통제 관련 노력을 잘 측정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은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담하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임원 등은 신분 제재를 부과받는다. 다만 위법행위의 발생 경위·정도·결과, 상당한 주의 여부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지배구조법에 따라 도입된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하도록 한 것이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책무구조도 도입 및 금융사고 예방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노력과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내부통제 위반 또는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만 인식하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위해서는 금전적 제제와 면책요건 기준 구체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신분 제재는 문책 대상 임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다툴 경우 무력화될 수 있고,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금전 제재가 부가돼야 하는데 주주대표소송과 다중 대표소송 제기에 필요한 지분요건이 너무 높아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분요건을 낮춰 금전 제재를 가능케 하고, 금융사고에 따른 회사와 주주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금융사가 내부통제체계를 전반적으로 리뉴얼하고 개별 업무 담당 임원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평가한다"며 "다만 자발적인 내부통제 개선 의지를 보다 촉진하기 위해서는 면책요건에 대한 기준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화해 공유하고,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변경 등에 따른 책무구조도 제출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원의 책임을 면하는 선례를 보여주는 등 금융당국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정성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책무구조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감독 당국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감독 당국이 책무구조도에 근거해 책무를 적정히 수행한 임원의 책임을 면책하는 선례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책무구조도의 성공적인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축사에서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이행사항 점검과 평가가 세분화·구체화 되는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준법, 소비자 보호, 건전성 관리 등 금융기관들의 책임성이 제고돼 금융산업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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