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일본 주식시장에서 라멘 테마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 여파로 못 버틴 영세 라멘 가게들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지만, 살아남은 곳들은 주식 시장 상장까지 넘볼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일 일본 금융정보 제공업체 카부탄에 따르면 라멘 체인점을 운영하는 기업 '가든'은 오는 22일 도쿄증권거래소 스탠다드 시장에 신규 상장할 예정이다. 카부탄은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라멘 관련주가 테마로 주목받는 일은 드물었으나, 가든의 이번 상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에는 방일 관광객 증가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9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5% 증가한 287만2200명으로, 8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들이 일본을 방문하는 목적 중 하나는 식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JNTO의 인바운드 관광객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방일 전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을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답변은 '일본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실제 일본에서 먹었을 때 가장 만족한 음식'으로는 '고기 요리'가 32.2%였으며 라멘은 18.7%로 2위를 차지했다.
기존에 상장한 라멘 기업들도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유명 라멘 체인 '마치다 쇼텐'을 운영하는 기프트 홀딩스의 경우 관광객 증가에 맞춰 점포 수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는데, 이에 증권가에서는 지난 6월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미소 돈코츠라멘 체인으로 유명한 기업 '고라쿠엔'도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관광객 맞이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 1분기 흑자전환했다. 지난달 발표한 9월 기준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15.6% 증가해 이달 예정된 상반기 결산 발표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주 환원 정책까지 마련한 기업도 생겨났다. '라멘 카이리키야'를 운영하는 기업 '카이리키야'는 올해 매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물가 상승 위험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 환원으로 보답했다. 카부탄은 이 밖에도 돈코츠 라멘점 잇푸도의 치카라노모토홀딩스, 마루겐 라멘을 운영하는 모노가타리 코퍼레이션 등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눈여겨볼 라멘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라멘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환영 받고 있는 배경으로 최근 좋지 않았던 외식업계 업황을 꼽기도 한다. 최악의 업황 속에서도 주식 시장에 상장해 생존한 기업이라면 앞으로 리스크를 방어할 힘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도 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돼지 뼈, 가스비 등 물가 상승 여파로 영세 업장이 줄도산했다. 특히 라멘은 일본에서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기 때문에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지 못해 많은 업체가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카부탄은 "라멘 업계는 일본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이 어렵기로 유명하다"며 "그러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곳은 대부분 실적이 좋고, 사업 규모나 브랜드력에서 우위를 차지해 업계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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