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폭염 등 탓에 감귤은 출하시기가 다소 늦어졌지만, 출하량은 다소 늘어나고 가격은 다소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상엽 제주도 감귤유통과장)
지난 14일 제주의 최대 감귤 생산지인 서귀포 남원읍의 '남원 감귤거점산지유통센터'를 찾았다. 유통센터에 들어서자 이날 입고된 감귤이 선별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센터에는 감귤을 자동선별하는 비파괴 당산측정 선별라인과 감귤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온 저장고, 감귤 규격별로 상자를 제작할 수 있는 제함실을 갖추고 있다. 센터는 입고에서 상품화까지의 과정을 통해 고품질의 감귤을 출하하고 있다. 우선 농가와의 출하상담을 거쳐 검품실에서 당도와 산도검사를 거친다. 입고된 감귤은 농가별로 분류돼 본격적인 선별 작업이 진행된다. 1차 선별과정을 통해 부패한 감귤을 선별하고 세척과 건조의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 다시 2차 육안으로 감귤을 선별한다. 이후 비파괴 당산측정 선별라인에서 감귤의 당도와 산도, 무게에 따라 자동 구별된다.
선별라인에는 16개의 형상카메라와 8개의 비파괴 광센서가 부착돼 있다. 감귤이 지나가는 순간 형상카메라로 감귤의 크기와 착색도를 측정하고, 비파괴 광센서는 당도와 산도를 측정한다. 당 산도와 무게에 따라 선별된 감귤은 자제 제작된 감귤상자에 규격별로 자동 포장된다. 남원센터에선 전자동 선별시스템을 통해 연간 1만5000t, 하루 100t을 선별하고 있다.
다만 이날은 약 56t을 선별했다. 올해 여름 폭염과 폭우 등 기상변화에 출하시기가 다소 늦어진 결과다. 현종호 남원농협 유통사업소(거점 APC) 과장은 "지금은 극조생 감귤 출하가 끝나고 조생감귤이 출하되는 시기인데 아직 물량이 전년만큼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폭염과 폭우 등 탓에 출하시기가 다소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7~9월 평균기온이 28도로 전년(25도)보다 높았고 33도 이상의 폭염도 21.4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8~9월 귤이 본격 성장하고, 밤 온도가 20도 이하에서 노랗게 착색되는데 기상 이변으로 전보다 착색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도는 올해 10월 조례로 착색도 기준을 완화해 출하량을 늘렸다. 이에 따라 노지 감귤 출하량은 2023년 39만8000t에서 올해 40만8000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 과장은 "노지 감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감귤조례 개정에 따라 출하량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를 예상한다"며 "잦은 비에 따른 착색 부진과 외관 불량 등으로 가격은 전년보다 다소 낮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실제 2024년산 노지감귤 9대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5㎏당 9748원으로 지난해보다 2% 하락한 상황이다.
◆11회째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전국서 10만명 찾아= 제주도는 본격적인 노지감귤 출하 시기에 맞춰 이달 13~19일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2024 제주국제감귤박람회'를 열고 있다. 개막식은 물론 바이어 상담회와 라이브커머스와 기획판매전, 품평회, 자율화 농기계·첨단 농자재 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고병기 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제주 내수 경제를 이끄는 것이 감귤이라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감귤은 제주도에서 중요하다"며 "수확 시기에 제주 감귤을 홍보하고 감출 수출 등과 연계하는 등 1년간 단위로 박람회를 11년 전부터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감귤박람회는 관광객 유치 효과와 함께 농가들은 전시되는 농기계, 농자재들을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다"며 "감귤을 중심으로 물류와 자재업체, 비료 농약 등 수많은 업체에 대한 효과가 커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연간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파야·용과 등 아열대 작물 시범 재배로 기후변화 대응법 모색= 감귤박람회와 남원 감귤 APC에 이어 15일에는 농촌진흥청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파파야와 용과 등 아열대 작물의 신수요를 창출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년 난지농업연구소에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로 명칭을 바꿔 본격 출범했다.
연구소에서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수 작물인 용과와 파파야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현희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작물의 재배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작물에서는 새로운 품종과 극복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아열대 기후대에 적합해 재배지 확대가 예상되는 아열대 작물에 관한 연구와 재배 기술의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는 한국 기상 관측 역사상 기록적인 더위로 기억된 한 해였다. 봄철 기온이 가장 높았고, 7월7일은 지구 평균 기온이 관측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뜨거운 날로 기록됐다. 폭염은 올해 더 심각해졌다. 9월 중순까지도 폭염 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무더웠고, 무더위가 이어져 '추석'이 '하석(昰夕)'이라 불릴 만큼 뜨거운 가을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시설 내에서 재배되는 작물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국내의 아열대 작물의 수입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망고는 2014년에 약 1만t이 수입됐으나 2023년에는 약 2만7000t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24년에는 10월까지 3만1000t이 수입될 만큼 국내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기존 국내에서 재배돼 왔던 무화과 등을 제외하고 신규 도입되어 재배되는 아열대 채소는 총 135.5㏊, 과수는 221.1㏊에 달하며, 채소의 재배 면적은 2018년 198.2㏊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과수는 같은 기간 동안 117.2㏊에서 1.9배 증가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향후 아열대 작물 재배는 국내 농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소는 새로운 작물 도입과 재배에 따른 병해충대응 전략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선발을 위해 그동안 58개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발했다. 채소에서는 여주와 강황, 공심채, 얌빈, 오크라, 차요테, 아티초크, 롱빈이며 과수는 망고와 올리브, 패션프루트, 파파야, 용과, 페이조아, 아보카도, 리치, 커피 등이다. 연구소는 이 작목들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국내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별해 보급하고 있다.
서귀포(제주)=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