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연초부터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도하겠다며 주요 금융지주가 그룹 차원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외 투자설명회(IR)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지주 임원들만 보유 주식 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과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9월 말 신고 기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자사주 1만8937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종가(5만3700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0억1691만원 규모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많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각각 1만132주, 5914주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함 회장의 보유주식의 가치는 5억9880만원, 양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5억2989만원이다. 양 회장은 올해 들어 자사주 5000주를 추가 취득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자사주 1만주, 1억589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장 중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추가 매입 규모가 가장 컸다. 지주 기타 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라있는 정 은행장은 9월 말 기준으로 1만6940주, 15일 종기 기준으로 7억2768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8389주를 추가로 매입한 결과다.
지주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올해 들어 500주 늘어난 2600주, 1억53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 임원에는 빠져있지만,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지난 5월 우리금융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추가 자사주 매수가 없었던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1119주, 1억26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별 임원 전체 현황을 보면, 사외이사를 제외한 KB금융 주요 임원 25명 중 24명(평균 1372주)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재관 재무 담당 부사장이 양 회장에 이어 4827주를 보유 중이고 서영호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 권봉중 IR 본부장(전무), 정진호 DT 본부장(부행장)이 등이 2000주 이상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금융은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을 포함해 10명의 주요 임원 중 9명(평균 8163주)이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이인균 운영 부문 부사장이 1만576주, 김지온 감사파트 상무가 929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금융도 10명 중 8명(평균 5932주)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성욱 재무 부문 부사장과 정규황 준법감시인 부사장은 각각 임 회장보다 많은 1만6000주, 1만1741주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금융은 사업보고서 상 23명의 주요 임원 중 12명이 자사주를 취득해 보유 중이다. 다만 하나금융의 경우 공시된 주요 임원 전원이 우리사주시스템을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으나 공시에 미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장 이외에 지주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3926주로 가장 많았고, 지주 부사장을 겸하고 있는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는 2632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주요 임원들의 자사주 추가 매입 행위는 주가 부양 의지와 책임경영의 의미로 읽힌다. 금융당국이 사활을 걸고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만큼 주주환원율, 보통주자본비율(CET1),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핵심 투자지표 이외에도 주요 임원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라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중장기 투자지표를 개선하는 노력은 물론 경영진의 자사주 추가 매입 행위 등을 통해 지속해서 책임경영의 의지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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