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해도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지정해서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얼마나 될까 냉정히 봐야 한다"며 "각 신도시 이곳저곳에서 통합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려고 손들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경제성"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재건축 분담금이 올라간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선도지구와 관련된 이주대책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서 짜야 한다"며 "분당 신도시는 다른 1기 신도시에 비해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짚었다. 그는 "분당 같은 곳의 이주 대책은 정밀히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당 신도시의 경우 성남시와 협의를 통해 신도시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오리역에 LH 사옥이 있는데, 이 건물의 용도변경을 통해 상당수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LH 사옥 인근 하나로마트 부지, 법원 부지 등 빈 땅을 활용해 이주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성남시에서 도심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주택을 활용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일산 신도시는 선도지구 발표가 나고 통합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면 인근의 고양 창릉 3기 신도시를 통해 이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산본 신도시는 인근 중공업 지역을 활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1기 신도시는 LH가 오래 전 건설한 도시인 만큼 결자해지의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사장은 LH 주택 착공 실적이 늘어났다고도 했다. 지난해 1만1000가구가 착공에 들어갔는데, 올해 5만가구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인천 계양 신도시의 분양 물량이 있다.

이 사장은 "늘어난 착공 실적을 바탕으로 3기 신도시 분양도 차질없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고양 창릉, 내년 2월 하남 교산, 내년 3월 부천 대장, 내년 5월 남양주 왕숙에서 아파트가 공급된다.

사전 청약 시 나온 추정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 간 차이에 따른 혼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사전 청약을 할 때 본청약 기간을 명시하는데, 이 기간 안에 오른 건축비 등은 분양가에 반영된다"며 "다만 예정된 기간보다 더 늦게 본청약이 진행되면 미뤄진 기간에 발생한 공사비 상승분은 LH가 전액 부담한다"고 했다.

LH에 따르면 지난 9월 인천 계양의 아파트 본청약 시 사전 청약 때보다 분양가가 17% 올랐다. 본청약 예고기간 내 건축비 등은 18.8% 상승했고, 본청약 예고일 이후 20% 이상 증가했다. 이 사장은 "본청약 예정 기간 내 건축비 상승분만 분양가에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국민은 LH의 주인이자 고객"이라며 "LH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H는 지난 5일 국토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한 서리풀지구, 대곡 역세권지구 등 4곳에 대한 지구 지정도 마쳤다. 또 이 지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 인력을 선제적으로 토입해 보상 절차를 마련하는 중이다.

올해 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매입임대 주택은 민간업체로부터 17만가구 규모로 신청을 받았고, 7만가구가 심의를 통과했다. 이들 업체가 약정을 하면 올해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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