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지한파…"고령화·가계부채에 억눌린 내수…자영업 혁신 필요"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2기에 우리나라가 제조업과 수출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영업 혁신을 통해 음식점·서비스업 등도 유지가 가능한 경제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대표적 한국 전문가인 후카가와 교수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후카가와 교수는 "본격적인 미국발 관세 인상은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취임 뒤 석 달 정도 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트럼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따라 전략을 잘 세워야겠지만,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고, 제조업을 잘하는 나라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고전적 관념으로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징은 자기 힘이 탄탄한 사람에게는 거래를 제안하지만, 약한 사람에겐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의회까지 장악한 지금, 상대국의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고 하면 수평적인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분열해 싸우다가 국내 기반이 흔들린다면, 효과적인 협상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수출과 관련해 다변화를 강조하며, 한국이 양자 위주 무역 협상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우리나라 내수에 관해선 물가가 높아진 가운데, 가계부채 부담도 커 소비가 확대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도 노동 중심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무리한 고성장보다는 지속적이고 단단한 성장 구조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은 선거 때마다 세금을 늘리면서 사회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 상향할지 합의를 마련해왔다"면서 "한국은 경제와 아무 상관없는 정치적 싸움을 하면서 시간을 소모했다"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임금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은 연구개발 집중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이 경우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우선 과제는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겠지만 일자리를 생각하면 내수, 자영업이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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