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보고서…시장 다변화·생산기지 최적화·수입 다각화 '대안'
정진섭 충북대 교수 "韓 경제발전 성공사례로 차별화하면 기회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이 실리외교 추구 차원에서 '글로벌 사우스'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방 주요국의 글로벌 사우스 접근에 뒤처지지 않고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수출·생산·공급망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2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정진섭 충북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코트라가 발간한 '글로벌 사우스 빅4 투자 진출전략' 자료집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중요성 투자 협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지구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이 대표 국가로 꼽힌다.
좁은 의미에서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동맹을 원하는 주요국을 말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에 중간 지대인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출시장 다변화, 생산기지 최적화, 수입처 다각화 등을 위해 한국도 이들 국가와 협력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대 수출 시장의 비중이 최근 10년 평균 70%에 달하는 등 수출 시장이 편중돼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글로벌 사우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 주요국은 높은 경제 성장률, 젊은 인구, 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에 힘입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방 주요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축소 사회'에 접어든 반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낮은 임금 수준도 기회 요인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중견 국가의 2022년 기준 월 최저임금은 중국을 밑돌 정도로 낮아 최근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중국이 전 세계 핵심 광물 대부분을 수입·가공해 판매하는 현실에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으로 글로벌 사우스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매장량 1위 국가는 칠레이며, 니켈 매장량 1위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되는 코발트 매장량 1위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이며 3∼5위 국가 모두 글로벌 사우스에 몰려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웃도는 평균 4.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세계 15대 경제 대국에 포함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작년 3개국(인도, 브라질, 멕시코)에서 오는 2050년 7개국(인도네시아, 이집트, 사우디, 나이지리아 추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글로벌 사우스 개별 국가들도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며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무역, 통상, 투자, 인적교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접근은 아직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사우스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ODA는 증가 추세지만, 2022년 기준 28억달러(약 4조원)에 그쳐 국민총소득(GNI) 대비 0.17%에 블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이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공백이 남아 있다"며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금융 협력 등을 통해 입지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이행한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 사례에 관심이 많고 긍정적이어서 기회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 중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경제 규모가 큰 인도, 인도네시아나, 멕시코, 브라질 등 4개국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서방 선진국과는 차별화된 원조와 교육, 보건,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등 한국이 전문성을 가진 주요 분야에 집중해 협력 면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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