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가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자로 발탁됐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최종 낙점을 받으면, 이 후보자는 KB금융에서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은행장으로 취임한 첫 사례가 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비은행 계열사인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지만 이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쳤었다.
28일 KB금융지주는 전날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에 이환주 대표를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에서 비은행 계열사 CEO를 역임했던 인물이 지주 회장뿐 아니라 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독특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에서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모두 비은행 계열사 출신인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앞으로 KB금융에서 회장이나 행장을 하려면 은행 출신이면서 비은행 경력이 꼭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환주 대표가 차기 은행장 후보로 발탁된 배경으로 현재 KB라이프생명에서 실적이 좋아서 그 공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또 다른 배경은 금융권에서 향후 먹거리로 고령인구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핵심 먹거리인 대출 사업이 정체되고, 금리인하기를 맞아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내부적으로 은행업무 외 사업을 꿰고 있는 전문가를 발탁해 경영효율화를 이뤄야 한다는 조직 내부의 요구가 강했다고 한다.
다른 금융지주에서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올해 1월 취임 직전에 하나생명 CEO였다. 하나은행장을 거쳐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던 김정태 전 회장은 하나대투증권 CEO를 역임했던 것에서 보듯이, 하나금융은 은행 출신이면서 비은행 계열사 CEO 출신이 발탁된 사례가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여전히 은행 중심의 전통이 강하고,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은행에 비해 너무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비은행 계열사 CEO 출신이 은행장이 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환주 대표는 또 현장 경험에 밝은 재무통이다. 이 후보는 1991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해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쳐 2021년 KB금융지주로 옮겨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맡았다. 그룹내 주요 핵심직무를 두루 거친 재무통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재무통이 은행장을 맡은 사례는 이 후보자 전에도 다수 존재했다. 현 이재근 행장도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KB국민은행에서도 재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에 몸담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도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재무통이었다.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및 세계 경기 둔화 등 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무통인 이 후보자를 선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KB금융지주가 최근 투자설명회(IR)를 통해 내년 최대 경영화두로 자본 효율성을 언급한 만큼 그룹 재무통인 이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대추위는 "이 후보는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라며 "내실 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구하고 자본-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의 KB국민은행장 발탁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영향도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출신으로, 양 회장이 그동안 지주회장은 행장 출신이라는 암묵적 규칙을 깨고 회장에 오른만큼 KB국민은행장 선임에도 이같은 행보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또 이 후보자는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때 지주 재무팀장으로 당시 이사회 사무국장이었던 양 회장과의 인연도 깊다.
대추위는 "이환주 후보 추천은 KB금융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의 사례로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며 "또 조직의 안정과 동시에 지주와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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