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오리온이 정부에 설탕 등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연장 등을 요구해 원재료 수입가격을 낮춘 뒤 제품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승준 오리온 대표는 올해 초 "2024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오는 12월부터 13개 제품에 대해 7~20%의 가격 인상을 단행, '거짓 약속'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리온은 다음달부터 13개 제품의 가격을 10% 넘게 인상한다. '초코송이'는 20%, '마켓오 브라우니' 10%, '톡핑'과 '오징어땅콩'은 각 6.7%씩 가격이 오른다. 최고 인기 제품인 '초코파이'는 제외됐지만, '비틀즈' 등 일부 제품은 아예 생산을 중단했다.
오리온 측은 카카오와 견과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의 국제 시세가 최근 2년간 4배 이상 급등했고, 견과류 가격도 6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승준 대표의 약속이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한훈 농식품부 차관이 청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설탕 등에 대한 할당관세(5%→0)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 2024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자체적인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설탕에 대한 할당관세는 올해 6월 30일 적용 만료에서 12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오는 12월부터 초코파이를 뺀 13개 제품의 가격 인상을 전격 단행한다.
할당관세 기간 연장 등 정부 지원은 받고 소비자와 약속은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라인(23. 대학생) 씨는 "'가격 인상은 없다'고 한 약속을 8개월 만에 뒤집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기업가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이라는 단물만 빼먹고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말 바꾸기'가 자칫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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