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 국채의 다음 해 11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원화 수요 증가와 채권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덩달아 친환경 채권인 녹색 채권 발행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녹색 채권(Green Bond)'은 환경친화적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을 말한다. 전기 자동차 생산,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사업,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 녹색 사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되는 특수채권이다. 녹색 채권과 함께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 가능 연계채권을 아울러 ESG 채권이라고 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녹색 채권 발행 규모는 2022년 대비 10% 오른 5750억달러(807조원)이다. 녹색 채권 첫 발행연도는 2007년이다. 당시 유럽투자은행(EIB)이 6억 유로(88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2008년 세계은행이 환경친화적 사업지원 목적으로 뒤이어 발행하면서 녹색 채권 규모는 해마다 성장해왔다. 지난 7월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친환경 채권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한국수출입은행이 국내 최초로 녹색 채권을 발행했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억 달러 규모의 녹색 국채를 발행하면서 녹색 채권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누적 발행기관은 114곳, 누적 발행금액은 36조2503억원이다.
녹색 채권 발행을 위해 발행자는 '녹색 채권 원칙(GBP)'을 준수해야 한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2014년 제시한 규제 체계다. ▲조달자금의 사용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 절차 ▲조달자금의 관리 ▲사후보고 등 4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세계 각국 정부는 이 원칙에 기초해 국가별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녹색 채권 발행자들은 이 원칙에 부합하는 녹색 채권 관리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한국형 녹색 채권 지침서'는 2020년 12월 발표됐다. 2021년 발표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3년 1월에 맞춰 2022년 12월 개정안이 발표됐다. 녹색분류체계를 녹색 채권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국내외 녹색 채권 시장 규모가 급증하면서 녹색 채권 발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지침서에 따르면, 녹색 채권은 발행자금이 4대 핵심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정의한 6대 환경목표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하는 녹색 경제활동에 사용돼야 한다. 6대 환경 목표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 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이다. 녹색 위장행위(그린워싱) 방지, 외부검토 보고서 품질 제고 등 녹색 채권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녹색 채권은 이처럼 자금의 사용처와 환경개선 효과에 대한 투명성을 중시한다. 일반채권보다 엄격한 사전·사후 보고, 외부 검증 등 복잡한 절차를 둔 이유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는 녹색 채권 시장 활성화의 주된 제약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으로 토큰 증권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 증권으로 녹색 채권을 발행할 경우, 발행 절차가 간소화되고 중소·중견기업에도 친환경 자금조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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