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학계 전문가·기업·해외 무역관 대상 설문조사
"中 BYD 등 아세안·남미로 적극 진출…ODA 활용한 인프라 협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전세계적인 자국 보호주의 흐름 속에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자국 보호주의로 선회하면서 한국 기업의 진출 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미중 갈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8일 글로벌 사우스 국가 및 협력 분야를 선정하기 위해 학계 및 산업 분야 다수 전문가, 80개 유관 기업, 동남아·서남아·중남미·CIS(독립국가연합)·중동·아프리카 소재 65개 해외 무역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우스는 지구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이 대표 국가로 꼽힌다.
코트라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 에너지, 건설, 소비재 등 분야에서 해외 사업을 하는 관련 기업 80개사가 진출한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동남아(35.1%), 중남미(23.4%), 중동(18%), 아프리카(11.7%) 등이었다.
제조업 관련 기업의 경우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성과 내수시장 등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 주요국 위주로 진출해 있다.
소비재 기업들은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한류에 우호적인 국가에 주로 진출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무역·투자 상대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인구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풍부한 핵심자원 등을 갖춰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어 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아세안의 전기차 생산 허브화 정책을 추진하는 태국, 서남아의 제조업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파키스탄의 '메이크 인 파키스탄' 등이 대표적이다.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한국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BYD(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은 물론 기술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자동차 시장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BYD 등은 아세안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향후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며 "남미 등으로도 세력을 확장하는 양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 진출 기업들은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활용해 정부 간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ODA 사업을 확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우호적인 정책·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 아프리카 등 중앙·지방정부가 공공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국가를 대상으로 인프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진출이 활발한데, 한국 기업은 공급망 안정 등을 위해 이 지역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종의 공백기에 선제적으로 협력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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