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얼마 전 한국 매체에서 일본 거주 연예인의 50억원대 도쿄 고급 맨션(우리나라 아파트)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수도 도쿄를 중심으로 신축 맨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부유층 수요가 몰리는 데다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부동산 감정평가회사 도쿄칸테이의 데이터를 인용,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이 평균 연봉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연봉 배율'이 2023년 일본 전국 평균 10.09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22년 대비 0.4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06년 조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10배를 넘어선 수치다.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별로 보면 양극화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가장 배율이 높았던 곳은 도쿄도로 17.78배에 달했다. 평균 연봉 592만엔(5576만원) 기준 아파트값은 1억526만엔(9억9158만원)으로 연봉 5000만원대 직장인이 약 18년가량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2022년 시점에서는 평균 연 수입 578만엔(5443만원)에 맨션 가격은 8561만엔(8억630만원)으로 연봉 배율은 14.81배였다. 연봉 성장을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맨션 가격이 뛰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닛케이는 "토지 가격과 건축 비용 상승이 아파트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부유층에게 인기가 많은 도심 고액 매물에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쿄에서만 지난해 수십억엔대 맨션을 뜻하는 '억션'이 4039호 공급됐다. 이는 2022년 대비 1.5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전국 '억션' 80%가 도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나토구의 미타 가든 힐즈의 경우 현재 부동산 사이트 거래가가 7억9800만엔(75억원)에 달하며, 파크 타워 니시신주쿠의 경우 그보다는 저렴한 1억2000만엔~1억7000만엔(11억3000만원~16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도쿄 다음으로 연봉 배율이 높은 곳은 나가노현으로 15.58배였다. 나가노는 도쿄에서 고속철도 신칸센으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로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일본 부호 별장이 모여있는 가루이자와가 속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세컨드 하우스나 교육을 위한 이주 목적 등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맨션이 많이 들어왔고, 부유층의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이 연봉 배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관광지로 유명한 교토와 오키나와에서도 시세가 올랐다. 경관 조례로 고층 맨션을 건설할 수 없거나, 건설 부지가 생기면 대부분 호텔이 들어서게 되는 등 맨션 공급이 한정된 것이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쿄 도심에서 멀어진 곳일수록 연봉 배율은 급감하는 추세를 보여, 일본 내 주택 가격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치를 기록한 곳은 야마구치현으로 6.46배였으며, 가가와현이 6.79배였다. 히로시마현(8.14배)나 오카야마현(8.25배)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도쿄 칸테이 관계자는 "도쿄로부터 거리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 목적 수요가 적고 현지 주민의 사정에 맞는 물량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는 "도쿄에서는 맨션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바뀌었다"며 "부동산 업자들도 자금이 풍부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매물 마련에 나서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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